2011년 12월 14일 수요일

아동 수출, 고아 수출

해외 입양을 아동 매매로 보는 기사를 읽을 때 마다 뭔가 말을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글을 쓸 시간이 없어 덮어두다가 글을 쓴다.

지난 12월 9일 시사포커스 문호권 기자의 ‘입양이 돈벌이로 전락, 아동수출 4위’라는 기사 내용 중 ‘복지시설이 아동수출의 주역으로 등장’이라는 글이 나를 자극했다. 해외 입양을 아동 수출이나 고아 수출 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면 아무리 좋은 말로 포장한 다해도 입양은 아동 매매가 되기 때문이다.

나는 대안 없이 해외 입양을 강제로 막는 것을 반대한다. 문 기자가 해외입양쿼터제의 문제점에 대해 짧게 기술한 것처럼 해외입양쿼터제는 입양대기 아동의 수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만들어버렸다. 문 기자가 필자의 주장을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국 현재 입양대기 아동의 상당수는 문 기자가 말한 일 년에 ‘1인당 1400만원’이 들어간다는 보육원에서 생활을 할 것이다.

현재 정부는 저 출산 문제를 어떻게 하면 풀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입양은 꾸준하게 현상 유지하고 있다. 문 기자의 지적처럼 비록 국내 입양이 급격하게 늘어나지는 않았지만 출산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입양은 현상유지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나는 두 아이를 입양한 입양 아빠이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반편견입양교육을 하는 강사다. 나는 강의 중 학생들에게 말을 한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을 낳은 부모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마음먹은 것처럼 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아동을 보호하는 형태 중 하나인 입양이 존재하는 것이다. 입양은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다.

나는 미혼모가 자신이 낳은 아이와 함께 살아가기를 바란다. 하지만 고민 끝에 자신이 낳은 아이를 입양 보낸 미혼모를 비난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녀가 자신이 낳은 아이를 무책임하게 버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강의 중 학생들이 아이를 입양할 때 얼마를 내냐고 묻곤 한다. 그러면 나는 이렇게 말한다. 부모님이 병원에서 낳은 친구들은 부모님이 병원에 돈을 낸다. 병원에서 아이가 출생할 때 발생하는 여러 비용이 들어가는 것처럼 입양을 할 때도 비용이 들어간다. 비록 바가지를 쓰던 바가지를 쓰지 않던 병원에서 부모가 아이와 함께 나올 때 부모는 병원에 일정 비용을 지불한다. 그렇다고 해서 병원에서 아이를 산 것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입양기관에 일정 비용을 지불한다고 아이를 사는 것이 아니다.

해외 입양에 들어가는 비용을 가지고 해외 입양을 비난하지만 국내 입양도 수수료를 낸다. 비록 국가에서 그 비용을 입양 기관에 지불하고 있지만 국내 입양도 수수료가 있다. 나는 두 딸을 만났을 때 첫째는 입양 기관에 수수료를 직접 냈고, 둘째는 정부가 냈다. 그렇다고 나를 향해 딸들을 입양 기관에서 사왔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문 기자가 적은 ‘입양이 복지 체계에서 구조화된 그 자체도 문제’라는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 ‘입양과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라는 말에 묶어서 읽으면 해석하기 따라 짜증나는 말이 될 수 도 있다. 내가 짜증나는 해석을 머릿속에서 떠올리는 이유는 문 기자의 기사가 어떤 누군가와 같은 선상에서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미혼모가 자신이 낳은 아이와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미혼모가 고민 끝에 내린 입양 결정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입양은 선행도 아니지만 아동 매매도 아니다. 입양은 가족이 필요한 사람들이 가족을 만나는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아동 수출’, ‘고아 수출'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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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2월 13일 화요일

돌아 돌아 다시 그 자리로

얼마 전 나름 마음을 다잡고 블로그 하나만 남기고 블로그를 정리했다. 그런데 막상 정리하려니 미련이 남아 글 쓰는 게시판 하나만 남기고 모든 게시판을 숨겼다. 그러자 블로그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어 게시판들을 모두 보이게 하고 글 쓰는 게시판 한 개만 남겼다.

2012년은 개인적으로 굴곡이 심한 길을 갈 것 같아서 인터넷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이 부담스러워 정리하고자 한 것인데 게시판 하나만 남긴 것이 블로그들을 이상하게 만들었다. 과감하게 없애지도 못하고 나름 내 삶의 흔적들이 남은 곳들이라 고민 끝에 결정한 결정인데 블로그를 폐가로 만들었다.

블로그들의 얼개를 어떻게 짤 것인가 고민하다가 시간만 버리고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시간 날 때 조금씩 얼개를 짜기로 마음을 먹으니 편하다. 아 나는 왜 이렇게 단순할까? 그나저나 모든 블로그를 ‘깡통의 깡통소리’로 이름을 바꾼다. 아침안개라는 이름보다는 깡통이라는 이름이 이제는 더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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