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5일 월요일

카드를 가지고 가서는

어제 저녁 하경이가 내 카드를 가지고 편의점에 갔다. 구르프를 사서 앞머리를 말겠다는 걸 싫다고 했더니 그럼 고대기를 사줄 거냐며 생떼(?)를 부려서 결국 카드를 쥐어주었더니 동생하고 둘이서 편의점에 갔다.

핸드폰에 찍힌 금액이 사천 얼마???
사오겠다던 구르프를 못 구한 두 녀석은 컵라면으로 내 카드 사용처를 변경했다.

집에 돌아온 두 녀석은 노트북을 보면서 편의점에서 사온 컵 라면을. 에구...

주로 내가 사용하는 컴퓨터로 하경이가 중국에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 중인데 주인장 허락 없이 그냥 옮긴다. 이 후 내용이 수정 될 것 같지만, 지금 글도 애비 눈에는 좋아 보인다.

두 녀석 컵 라면 먹는 사진, 하경이 중국에서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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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들살이는 진짜 새로운 경험이었다. 새로운 환경,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음식 등..
처음에는 우리 반 프로젝트인 역사에 대해서 배우러만 가는 건 줄 알고 가면 ‘지루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중국에 도착하니까 뭔가가 재밌을 것 같고, 기대가 됐다.

중국에 와서 확실히 느낀 것은 중국은 모든 게 크다. 땅도 크고. 사람 목소리도 크고 음식 양도 많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이 모든 게 나한테는 필요 없다. 목소리 큰 것도 시끄러워서 나만 귀 아프고, 나랑 친하지도 않은 음식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먹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몰라도 나한테는 별 도움이 안 됐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나한테는 많은 도움을 준 것 같다.

한국에서는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경험하는 거니까 나한테는 큰 배움이다. 역사기행 이였지만 나는 역사보다는 중국에서만 할 수 있는, 먹을 수 있는, 볼 수 있는 것들을 보고, 느끼고 먹고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역사는 공부를 하고 와서 관람하고 사진으로 보던 걸 실제로 보고. 한편으로는 신기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아 ‘아 이런 거구나’, ‘이렇게 생긴 거구나’ 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중국에서는 한국에서 안 찾던 것들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내가 가장 많이 찾은 건 김치다. 중국 음식들이 나한테 안 맞으니까 김치가 너무 먹고 싶었다. 다음에 해외를 가게 된다면 김치는 필수로 챙겨야겠다.

2019년 11월 22일 금요일

내가 생각하는 건강

지난 10월 26일(토) 광명시에 위치한 볍씨(대안학교)하고 산학교(대안학교) 아빠들이 축구 시합을 했습니다. 그동안 비정기적으로 한 번씩 축구 시합을 해왔지만 매 번 사정이 있어서 참석을 하지 못하다가 이 날 처음으로 축구장에 갔습니다.

축구는 잘못해도 달리는 거야 어렵겠나라는 생각으로 운동장에 나섰지만 축구를 하는 동안 그동안 내가 얼마나 몸을 사용하지 않았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달리는데 숨은 가쁘고, 입에 침은 고이고, 마음은 공을 따라가는데 다리는 풀려 몸은 휘청이고, 공을 따라가다 혼자서 바닥을 굴러 주위 사람들에게 당혹감과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아빠 배~~ 작은 아이의 지적질에 알았어 운동할게 라는 말을 했지만 평소 운동을 하기 위해 시간을 내서 몸을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을 몸이 친절하게 알려주었습니다.

휘청 휘청 그렇게 운동장을 달리다보니 몸이 조금은 적응이 되었지만, 학교를 졸업한 청년들이 몰고 달려오는 공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한참을 공을 따라 달리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어정쩡하게 하프라인 근처에서 공만 보고 공을 따라 달리다보니 수비와 공격을 오고가게 되었고, 몸은 점 점 무거워지며 정신 줄을 끌어내려 바닥만 보고 있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비에 우리 편이 더 많은 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공을 따라 다니며 나까지 깊숙이 들어가 수비에 보태지 말고, 공이 올라오면 빈자리를 찾아 달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공을 따라 다니는 게 힘들기는 했지만 우리 편이 저리 많은데 믿지 못하면 어쩌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수비가 저리 많은데 못 막으면 나 하나 보태도 못 막는 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내 영역(?)을 지키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대편 골문 근처에서 우리편 골문 근처까지 공만 따라 달리고 있는 자신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을 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할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할 수 없는 것을 하려고 할 때 무리하게 되고, 결국 하고자 하던 일을 망치게 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물론 자신의 한계치를 넘어서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누군가를 믿지 못해서 그가 해야 할 일까지 내 자신이 하려는 것을 종종 봅니다.

몸이 건강하다는 것은 몸이 조화롭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건강한 조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믿고, 일을 나누고, 일을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열린사회구로시민회도 그렇게 건강한 조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019년 11월 12일(화) 열린사회구로시민회 글쓰기 모임의 글감 ‘자신이 생각하는 건강’에 대한 글. 당일 다 쓰지 못해서 초안만 들고 갔다가 내용을 채우고 싶어서 이 후 빈 구석을 채움.

사진은 지난 2019년 10월 26일 축구가 끝난 뒤, 11월 20일 아빠 배를 걱정하는 딸과 운동하러 가서.

2019년 11월 17일 일요일

뜨겁다

강원도 영월에 와 있다.

출발 할 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으려 했으나, 보내기로 한 자료들을 보내지 못해서 결국 노트북을 가지고 방 한 구석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비오는 소리가 들리고, 온돌방은 무지하게 뜨겁다. ㅎㅎㅎ

2019년 11월 12일 화요일

2019년 11월 12일 회원들에게

안녕하세요 열린사회구로시민회 공동대표 이광흠입니다.

지난 10월 30일 구로구의회에서는 서울시 최초로 ‘여성청소년 생리대 보편 지급 조례안’이 통과 되었습니다. 앞으로 실행하기 위한 예산 확보 등이 필요하지만 여성과 인권에 대한 진일보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는 풀어내야 할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열린사회구로시민회는 시작부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 처럼 누군가는 풀어내야 할 이야기들을 사람들과 함께 읍조리며 걸어가겠습니다.

지난 10월 22일(금) 이 후 시민회 소식은 다음 카페에 올렸습니다. http://cafe.daum.net/openguro/7kts/1977

오늘 저녁 8시에는 사무실에서 글쓰기 모임도 있습니다.

참, 정** 회원의 아들 정**님이 12월 14일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오늘 하루도 평안하세요.

이 글은 2019년 11월 12일 열린사회구로시민회 회원들에게 보낸 문자입니다.

열린사회구로시민회 2019년 11월 12일

안녕하세요 열린사회구로시민회 공동대표 이광흠입니다.

11월 12일(월)입니다. 제법 차가워진 날씨에 다들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사무실엔 난로가^^지난 10월 22일 이 후 시민회 소식을 전합니다.

1. 관심 가져야 할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일정.

1-1. 글쓰기 모임이 11월 12일(화) 시민회 사무실에서 20시에 있습니다.(오늘 저녁입니다)
- 글감 ‘내가 생각하는 건강’

1-2. 책 읽기 모임이 11월 21일(목) 책읽기 모임이 고척동 자전거풍경에서 20시에 있습니다. 함께 읽을 책은 김승섭 "아픔이 길이 되려면"입니다. 연락처(배재석 010-2432-7995)

1-3. 열린사회시민연합 북부시민회는 11월 15일(금) 18시 30분 해뜨는 집 20주년 기념식 및 후원의 밤을 한신대학교 만우기념관 1층 식당에서 진행합니다.


2. 지역에서 관심 가져 볼 일정

2-1. 옛 남부교정시설 토양오염 관련 행정소송 제3차 심리가 11월 22일 14시 40분에 서울행정법원 B208호에서 진행됩니다.


지난 10월 22일(화) 이 후 일정.

3. 10월 23일(수) 구로구의회 복지건설위원회에서 여성청소년 생리대 보편 지급 조례안이 통과 되었습니다.

4. 10월 26일(토) 푸른수목원에서 생태수업이 있었습니다.

5. 10월 28일(월) 정시 확대 반대! 교육단체 기자회견이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있었습니다.

6. 10월 28일(월) 구로교육연대회의 모임이 아하열린교육센터에서 있었습니다.

7. 10월 29일(화) 구로시민협력플렛폼 평가회

8. 10월 29일(화) 2019년 ‘혼자 쓰지만 함께 읽는 글쓰기’ 모임이 있었습니다.
- 글감은 ‘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시간’
- 2019년 모임 날자 9월 17일, 10월 15일, 10월 29일, 11월 12일, 11월 26일

9. 10월 30일(수) 여성청소년 생리대 보편 지급 조례안이 구로구 의회에서 서울시 최초로 통과 되었습니다.
- 앞으로 실행 방안(예산확보 등)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 구로마을TV 영상입니다. https://youtu.be/AYjgCG5lrmY

10. 10월 30일(수) 서울교육단체협의회가 전교조서울지부 사무실에서 있었습니다.

11. 11월 6일(수)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지역사무실 점거 중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희생자원직복직투쟁위원회지지 방문을 하였습니다.
- 구로마을TV 영상입니다. https://youtu.be/KVdLes4M1vY

12. 11월 11일(월) 구로지방자치시민연대 회의가 구로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있었습니다.

13. 그 밖에 사무국에서 부탁드리고 싶은 일들.

13-1. 모임을 가지려나 마땅하게 모일 장소가 없어서 모임 장소를 알아보는 분이 계시면 사무국(02-869-6164)으로 연락주세요.

13-2. 열린사회구로시민회와 함께 할 새로운 회원(정회원, 후원회원)을 만나고 싶습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은 사무국(02-869-6164)으로 연락주세요.

13-3. 회원 가입이 부담스럽지만 시민회에 후원을 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후원함을 개설하였습니다. 주변에 알려주세요 https://www.socialfunch.org/openguro

13-4. 지난 11월 11일(월) 홍콩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을 발사해 21세 남성이 위독한 상태입니다. 홍콩 상황에도 관심 가져주세요.

2019년 11월 11일 월요일

정말 그럴까?

오늘 아내는 5박 6일 일정으로 산학교 6학년들과 제주도에 간다.

어제 저녁을 먹다가

아내 : 하람아. 며칠 엄마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하지?
하람 : 보고 싶지 않을 텐데?

아내 : ?
하람 : 들살이 갔을 때에도 친구들하고 재미있게 노느라 엄마, 아빠 보고 싶지 않았어.

아내 : 있는 곳에서 재미있게 살면 되는 거지. 아빠하고 잘 지내.
나 : (마음속으로) 맨날 내 핸드폰 뺏어서 살 것 같은데... 음.


사진은 하경(압록강 너머 북한 땅) 하람(들살이 중-혹시 몰라 다른 친구들 얼굴 약간 흐리게 수정)

2019년 11월 8일 금요일

축구는 재미있었다.

지난 10월 26일(토) 광명시에 위치한 볍씨(대안학교) 아빠들과 축구시합을 했다.

얼마 만에 축구장에서 달려보는지 기억에도 없다. 덕분에 막상 공을 따라가던 내 몸은 맘과 따로 놀아서 잔디받에 혼자 뒹굴며 주위사람들에게 당황스러움과 웃음을 안겼다.

승부는 볍씨와 점수 차가 많이 나서 할 말이 없다. ㅋㅋㅋ. 결과를 말하면 산학교가 졌다. 평소 운동과는 거리를 둔 덕분에 축구가 끝난 뒤 몸은 며칠간 힘들다고 비명을 질렀다.

하경이는 지난 11월 4일(월) 9박 10일 일정으로 중국에 갔다. 올 일 년 동안 3.1독립운동 100주년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역사기행' 수업을 중국 탐방으로 마무리 한다.

<3.1만세운동>, <안중근>, <윤동주>, <신채호>에 대해 책을 읽고 영상을 보고 글을 쓰고, 국내 현장 탐방을 거쳐 드디어 세 분들의 발자취를 따라 중국 동북 3성(하얼빈, 연길, 용정, 집안, 여순, 대련)으로 갔다.

중국에 가기 전 9박 10일의 일정이 부담스러웠는지 하경이는 자기 방에서 잠을 자지 않고 엄마, 아빠와 하람이가 자는 방에 들어왔고, 하경이의 몸부림에 내가 나가던지 아내가 나가던지 두 사람 중 한명은 마루에서 잠을.

하경이는 지금 쯤 용정에서 통화로 가는 기차를 타고 있을 것이다.

아내는 월요일 6학년들과 5박 6일의 일정으로 제주도에 간다. 덕분에 다음 주 며칠간 하람이와 둘이서 지내야 한다.

어제는 학교 강당에서 장애인 극단 ‘휠’ 이 <언제나 맑음> 이라는 공연을 했다. 공연이 끝난 뒤 3학년 부모들과 아이들은 소란(마을카페)에서 늦은 시간까지 뒤풀이를 했다. 오늘은 간담회. 오늘도 어찌 될지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11월 1일에도 문영상 강사(강화 큰나무 캠프힐)를 통해 부모대상 장애통합교육을 받은 후 늦은 시간까지 뒤풀이.

대안학교에 아이를 보낸다는 것은 아이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부모도 학교에 함께 다니는 것이다. 그래서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그래서 뭘 이야기하고 싶으냐고? 축구는 재미있었다. ㅋㅋㅋ

사진은 축구가 끝난 뒤, 하경(윤동주 생가, 3.13 반일의사릉), 하람(10월 24일 들살이 중 생강밭)



2019년 11월 7일 목요일

전국공무원노조 해직자들 여당 원내대표 지역사무실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희생자원직복직투쟁위원회가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역사무실 점거 중 [구로마을TV]

2019년 11월 6일

정부는 1991년 국제노동기구 ILO(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에 가입하고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에 가입하면서 국제사회에 한국 공무원들에게 노동조합을 인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헌법상 근거도 없는 ‘공무원 직장협의회의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을 1998년 제정하고, 공무원노동자들이 기다리던 노동조합은 허용하지 않았다.

공무원들은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공무원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조법 제정을 요구하고 2004년 11월 15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총파업을 진행하였다. 이에 정부는 강경대응을 하여 수 많은 공무원들이 공직에서 배제되고, 징계를 당했다.

현재 136명의 해고자 중 37명은 퇴직 연령으로 퇴직을 하였고, 20여명은 몸과 마음에 중증질환을, 5명은 사망한 상태이다.

현 문재인 대통령이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 비서실장을 지내던 노무현 대통령 시절 발생한 공무원들의 대량해고에 대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복직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제 작 구로마을TV
촬 영 이광흠, 서인식
편 집 이광흠


구로에서 두 개의 조례안 통과

서울시 최초 구로여성청소년생리용품보편지급 조례 및 구로공익활동촉진지원 조례 구로구의회 본회의 가결 [구로마을TV]

2019년 10월 30일 | 구로구의회

구로구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급 조례안이 오늘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제287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서울시 25개 지치구 중 최초이다.

생리용품 보편지급 조례안과 더불어 ‘구로 공익활동촉진지원 조례’도 가결됐다.

제 작 구로마을TV
촬 영 이광흠, 이민수
사 진 구로마을넷 단톡방, 페이스북(구로타임즈, 김희서 의원, 조미순, 권신윤)
편 집 서인식

2019년 11월 2일 토요일

지금 이대로

지난 며칠 과거 어느 시점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언제가 좋을까? 생각을 해 보았지만 막상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기가 없다는 것이 좋은 것인지 슬픈 것인지 모르겠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10대는 큰 의미를 못 찾겠고, 20대는 군대와 학교생활과 교회, 30대는 교회와 정명석 잡느라 보내고, 40대는 살아보려고 하다 보니 50대가 되어 버렸다.

10대?

학창 시절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아주 어릴 적 떠오르는 기억들의 조각들은 국민학교(현 초등학교)에 다니 던 때 학교에 가기 싫은 날 만화 책방에 가서 만화책을 보다가 학교 뒷산에 올라 학교 끝나는 것을 보고는 집으로 갔던 몇 번의 기억. 그리고 교회에서 수련회를 갔었는데 수련회에 갔던 기도원 천장이 무너져 사람을 구하러 그 속으로 들어갔었던 기억.

고등학교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1년을 놀았던 기억. 덕분에 1년 어린 친구들하고 고등학교를 다닌 덕분에 87학번이 아닌 88학번이 되었다는 기억. 떠 올리려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떠 올릴 수 있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막상 떠오르는 기억들은 이 정도.

최근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한 녀석이 세상을 떠난 지 5년이라는 소식이 방송을 통해 들었지만, 그리 가까웠던 편도 아니었고, 노래도 많이 아는 편이 아니라 패스. 단지 녀석의 딸아이의 사진을 보니 중학교 때 키는 그리 큰 편은 아니었고, 공부는 잘했던 것 같고, 예쁘장(?)하게 생겼던 모습이 떠올라 아는 척 하기 민망하지만 잠시 끄적임.

20대?

군대라는 곳에서의 기억, 제대하고 처음 전도사라 불렸던 교회에서의 일들과 학교를 복학한 뒤 겪었던 많은 일들. 그리고 이른 바 014XY 시대라 불리던 하이텔과, 천리안 그리고 나우누리를 오가며 떠돌던 시간들.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이별. 담임 목회 시작. 지금 생각해보니 20대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짧은 글 안에 하나하나 풀어내기가 쉽지가 않음.

30대?

1999년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던 그 해, JMS 정명석이 SBS 방송에 나왔고, 어쩌다 성범죄자 정명석을 형사 처벌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었고, 개인적으로 상처도 받았던 시간들. 그리고 교회에서 예전 내 어릴 적 모습의 한 부분씩을 보여주던 아이들과 살아가고자 했던 시간들. 결혼. 첫 아이 입양. 좋았던 기억과 아픔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 흔적들.

40대?

광명에서 구로로. 공동육아. 산학교.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아내와의 갈등. 둘째 입양. 담임 목회를 하던 예본교회 폐쇄. 하려면 끝이 없을 이야기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가 버렸다.

10대의 내가 아니었다면 20대가 없었을 것이고, 20대의 삶이 없었다면 30대가 없었을 것이고, 30대의 방황이 없었다면 40대의 삶이 없었을 것이고, 현재의 50대의 삶은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내 지난한 삶의 흔적들을 뒤흔들어 놓으면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을까?

그래서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지금의 내 모습 그대로 있고 싶다. 50대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지나 갈 까? 다만 폭풍 속을 걸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ㅎㅎㅎ


지난 2019년 10월 29일(화) 열린사회구로시민회 글쓰기 모임의 글감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시간’에 대한 글. 당일 다 쓰지 못해서 초안만 들고 갔다가 내용을 채우고 싶어서 이 후 빈 구석을 채움.

사진은 지난 2019년 9월 24일 구로공익단체협의회 서로 도움과 쉼 워크숍 중 정동진 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