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25일 수요일

하 루

7월 24일(화) 아침 일찍 하루 일정 정리.

신촌. 대한문. 서울역. 열린사회구로시민회. 구로시민센터.

전 날 7월 23일(월) 구로교육연대 회의 끝나고 옆방에서 진행되고 있는 광명-서울 민자 고속도로 관련 토론회에 잠시 들어갔다가 중간에 일어나기도 그래서 늦은 시간까지 있다가, 대충 정리된 뒤 주민들이 농성 준비(7월 27일까지 농성 진행) 하는 동안 주변 분들과 이야기하다가, 12시가 넘어 정의당 김희서 구의원이 신촌에 간다고 하는데 슬리퍼 신고 가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집으로.

신촌에 가는 김에 대한문에도 들리고, 산학교 학부모가 참여한 문화역서울284에서 진행되는 개성공단에 들릴 생각으로 출발.

지하철 2호선 홍대역에서 내려 7737번으로 갈아타고 세브란스 병원 앞에 내렸지만 장례식장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과 그냥 대한문으로 가고 싶다는 두 마음이 갈등. 하지만 발걸음은 뚜벅 뚜벅 장례식장으로.

노회찬.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보니 수많은 기자들이 눈에 보인다. 조문을 위해 줄을 서 있다 보니 부조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줄에서 이탈해서 작은 마음 봉투에 담아 다시 줄을 서 조문을 하고 나왔다. 조문을 하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빈자리를 채운다.

대한문을 향해 가기 위해 472번을 타고 시청광장에서 내려 대한문으로 가자니 한 여성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관광을 온 여성 같다.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고 찍어달라고 해서 사진을 찍어주고 도로 건너편을 보니 두 개의 그늘막 사이로 경찰들이 서 있다.

쌍용차 김주중씨(벌써 30명이나 돌아가셨다) 조문을 하고 양해를 구한 뒤 사진을 한 장 찍고 지하철을 타고 서울역으로 갔다. 더 이상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과 아픔이 없기를.

산학교 부모가 참여한 개성공단. 사실 작가들의 의도를 모두 파악하기는 힘든 내용도 좀 있었지만 가장 난해한 작품은 디즈니의 신데렐라 영상을 틀어놓은 것이었다. 왜 이것을 틀었을까? 그 넓은 홀을 돌아다니고 돌아다녀도 그 뜻을 알 수 없어서 자원봉사를 하는 남학생에게 물었다.

내가 머리가 나빠 그러는데 이게 무슨 의미죠? 남학생에게 물었으나 여학생이 답변을 했다. 개성공단을 철수 할 때 두고 온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서야 의미를 알 것 같았다. 12시가 돼서 급하게 왕궁을 빠져나오는 신데렐라가 두고 온 신발과 개성공단에서 철수하는 차량마다 만들어 놓은 물건들을 하나라도 더 챙겨가려고 보따리들을 칭칭 동여매고 나오던 이미지가 떠올랐다.

신발. 그리고 만남. 하루라도 빨리 다시 그 날이 오기를.

지하철을 타기 위해 가는 길. 주변에 쉬고 있는 노숙자들을 봤다.

사무실에서 컵 라면 맛있게 먹고, 통통한마당(통해야 통일이다) 준비 회의하러 구로시민센터로. 하루가 참 빠르게 지난다.

노회찬. 투명인간. 나는?

노회찬. 이제 없다.

2018년 7월 23일 월요일

열린사회구로시민회(2018년 7월 23일)

안녕하세요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사무국장 이광흠입니다.

우천학원(우신중고) 교사 권종현에 대한 부당한 인사 처리 문제로 촉발된 인사민주화 요구투쟁은 1인시위 형태로 2018년 5월 4일 부터 2018년 7월 16일까지 총 22일 동안 실시하였습니다. (30여명 참여, 하루에 정·후문에 1~2인이 시위한 적도 몇 차례 있음. 현재 중지 상태.)

학교법인이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과는 달리 고등학교, 중학교 일부 학부모들은 인사민주화요구투쟁 시작부터 끊임없이 해당교사(권종현)의 파면을 요구하며 1인시위, 교육청 투서, 국민신문고 투서, 프리덤 뉴스를 통한 음해, TV조선 제보 등을 통해 권종현 교사에 대한 허위사실로 음해와 모략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징검다리교육공동체와 열린사회구로시민회에 내용증명 등으로 시위를 멈추지 않으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하고, 학교장에게 교사 권종현의 징계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하였습니다.

최근 우천학원(우신중고) 학부모 및 학생 22명(학부모 9명, 중학생 8명, 고등학생 5명) 은 법률사무소 이세 변호사 김기수를 소송대리인으로 교사 권종현과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열린사회구로시민회를 상대로 학습권 및 자녀교육권 침해를 이유로 목적물가액 50,000,000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 및 학습권방해금지청구소송 제기를 준비 중이며 본안 소송 전에 시위등금지 가처분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때무에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열린사회구로시민회, 교사 권종현은 변호사 선임 문제 등을 알아보며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열린사회구로시민회는 이번에 발생한 사안을 지역주민, 교사, 학부모, 지역단체 등과 연대하여 의연하게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또한 앞으로도 지역사회문제들과 현안에 관심을 가지고 바람직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2018년 7월 13일 금요일

열린사회구로시민회(2018년 7월 13일)

안녕하세요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사무국장 이광흠입니다.

날이 많이 더운데 어떻게들 지내고 계신가요? 사무국장은 날은 덥지만 동네 마실을 다니는 재미로 살고 있습니다.

지난 7월 9일 전체 문자를 보낼 때 박미자 선생님 특강 장소가 우신중학교도서실이라 했는데 학교(우신중학교) 사정으로 특강 장소가 변경되어 안내 문자를 보냅니다.

1. 7월 19일(목) 학부모 특강 강사 - 박미자(부모라면 꼭 해야 할 미래교육 저자)
2. 시간 - 19시 30분
3. 장소 – 궁동종합사회복지관 101호

청소년기 자녀를 둔 학부모님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강의입니다. 관심 가져주세요.

오늘 하루도 평안하세요.

이 글은 구로시민회 정회원과 후원회원들에게 보낸 문자입니다.

카톡. 핸드폰. 내장메모리.

핸드폰 내장메모리가 16GB입니다.

그런데 내장메모리가 가득차서 새로 앱을 깔 수도 없고, 카카오네비가 작동은 되는데 주변 그림이 없이 화살표만 나오기도 하고, 카카오톡 사진을 읽기도 어려워져서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내 핸드폰도 올 초? 내장메모리가 가득 찼다고 내게 어떻게 해보라고 자꾸 짜증을 내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다가 서비스 센터에 갔더니 초기화가 답이라고 해서 아내와 상의 후(핸드폰에 중요한 자료 있어? 없다고? 그러면 삭제한다?) 초기화를 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나도 핸드폰을 초기화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습니다.

핸드폰의 내장메모리는 가득 찰수록 나의 불편은 늘어 갔고, 나는 지울 만한 앱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하경이가 찍은 스노우 사진도 지워보기도 했지만 전체 메모리에는 큰 영향이 없었습니다. 아내는 SD 카드가 없었지만 나는 SD 카드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진이나 동영상은 큰 문제가 아니기에 초기화에 대한 고민만 깊어졌습니다.

모기에게 열 받아 일어난 새벽, 그동안 나를 망설이게 했던 앱들을 다시 깔거나 핸드폰에 내가 모르는 중요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등의 복잡함과 번거로움에 대해서 뒤로한 채 초기화를 결심했습니다.

모기 때문에 핸드폰 초기화를 결심을 한 것인지, 핸드폰 사용에 대한 불편함 때문인지 분간은 안가지만 충전 중이던 핸드폰을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초기화에 앞서 후회가 되지 않도록 핸드폰에 남은 자료(?) 들을 찾아 컴퓨터에 옮겨 놓을 생각이었으나 뭐가 뭔지 모르겠기에 포기.

그래도 핸드폰 초기화에 앞서 실험하나 해보고 싶어서, 언젠가 용량을 줄이려고 카카오톡을 손을 봤었다는 분의 말이 기억이 나 혹시? 하는 마음으로 카카오톡 앱을 삭제했습니다. 사진을 하나 찍어 둘 것을 후회 중입니다.

카카오톡이 얼마나 메모리를 잡아먹겠어? 했는데 1GB 이상을 잡아먹었습니다.

하루 수백 개의 카카오톡이 내 핸드폰의 메모리를 왕창 잡아먹었던 것입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아내 핸드폰도 카카오톡을 한 번 지워 봤어야 하는 건데.

혹시 나처럼 핸드폰 내장메모리가 가득차신 분들 중 카카오톡 사용이 많은 분들은 한 번 카카오톡 앱을 삭제 해 보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자기가 사용하던 핸드폰으로 삭제했다가 다시 깔아도 들어갔던 방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전에 나누었던 대화들은 내 핸드폰에서는 기억을 못합니다. 카카오톡 앱을 삭제하기 전 중요한 대화 내용들은 별도 보관했다가 삭제하셔야 후회를 안 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그 많은 카카오톡 내용들 중 기억해야 할 것들이 뭐가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초기화 했어도 다 지워졌을 테니까 라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정신이 들면 후회 할 내용들이 떠오르겠지만 지금은 돌려(?) 받은 1GB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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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올린 후 페이스북에서 이런 조언이 있어 카카오톡 앱을 지운 것에 대한 짧은 후회. 밥 먹으러 가기 전 글을 수정. 수정 내용은 점 선 아래 글과 카톡방을 구분해서 정리하는 법 정리해서 사진 추가.


채팅방마다 있는 설정-사진의 동그라미- 들어가면 ‘대화내용삭제’ 있어요 사람많은 곳을 주기적으로 지워주셔도 쓸만해져요
아이들과 나눈 카톡까지 지우긴 아쉽잖아요ㅎ

2018년 7월 12일 목요일

연극. 공연. 기록 6.

하경이와 하람이가 다니고 있는 산학교 학생들은 저학년부터 연극 수업을 하다가 6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학생들과 부모님들 앞에서 공연을 해왔습니다. 지난 6월 22일(금) 하경이와 친구들이 공연을 했습니다.

산학교에서 연극을 담당하고 있는 마녀(이수연)의 수업 평가서를 통해 하경이와 친구들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리고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 하경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를 합니다.

이 번 글은 ‘연극. 공연. 기록 5.’( http://blog.jinbo.net/coolie1/1246 ) 에 이어 5월 8일, 5월 9일 마녀(이수연)의 평가서 내용을 정리합니다. 연극 공연 실황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vzoyaZsIbC4 )에 있습니다.


5월 8일

아이들이 들살이 간 사이 대본을 완성했고, 연습일정을 준비했다. 준비를 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무리가 아닌가, 계속 걱정이 든다. 늘 모든 6학년들이 이렇게 졸업공연을 준비했었던 것은 맞다. 그런데 그들은 언제나 10명 이상이었다. 5명은 너무 적다. 대사만해도 두 배를 외워야하며, 연기 외의 공연준비도 혼자 두 배를 해야 하는 셈이다. 그래서 자꾸 무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작품만 해도 가볍게 만들어서 하면 좋으련만, 이 소설을 하려니 길고 또 무겁다. 모든 것이 험난한 가시밭길처럼 보인다. 어쩌면 좋을까. 당연히 해야 할 이야기, 대사를 외우라든가, 소품을 준비해오라든가 하는 것들을 말하면서도 괜히 마음이 편칠 않다.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믿음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너무 과한 작업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잘 먹고 잘 자야한다고, 이제부터 방과 후에 마실 다니거나 놀러 다녀선 안 된다고 (체력을 아끼라고), 엄포를 놓긴 했지만, 애들은 애들이다. 그러니 앞으로 하는 걸 보면서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대사를 못 외우겠으면 독회공연으로 돌리고, 소품이나 무대 만들기가 안 되면 수업 안에서 같이 만들고, 그런 식으로 방법을 찾아야겠다.

6학년 모두 각자의 어려움들이 있고 다들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하경이와 민우는 굽어진 어깨와 허리를 펴고 고개를 똑바로 드는 연습, 웅얼거리지 않고 크게 말하는 연습에 힘겨워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자신과의 싸움들이다. 그리고 앞으로 그 싸움은 더 격렬해질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다. 비단 이 아이들만이 아니라 연극을 하면서, 아, 죽을 것 같아, 죽을 만큼 힘들어, 라고 말하는 모든 아이들에게 나는 말한다. 죽지 않아. 이 정도로는 죽지 않아. 너는 그보다 단단해. 할 수 있어.

연습을 시작하면서 당부했다. 이제 강물에 들어가 헤엄쳐서 저 건너로 가야하는데, 물에 들어가는 것부터 진 빼지 말자, 그냥 눈 질끈 감고 들어가자, 몸부림을 치든, 소리를 지르든 상관없으니 일단 물속으로 시원하게 풍덩 빠지자, 생각보다 별 거 아니다, 안 죽는다, 라고. 아이들은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대번에 알아들었다.

할 수 있을까, 없을까, 이렇게 하면 될까, 안 될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의미도 없고 쓸데도 없는 걱정과 불안을 버리라는 뜻이었고, 아이들은 그렇게 했다. 어떻게든 된다, 그냥 하면 된다, 는 것이 무엇인지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그런 힘. 즉흥적이고 무모해 보이는 어떤 시도와 행위들의 힘이 사실은 개인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고 지탱하고 있으며 또한 살아가는 저력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면 좋겠다.

9일 보충연습에서 역할을 정했다. 큐빅보수 및 담당은 하경이가, 소품 의상담당은 현우가, 무대세트 무대정리 강당청소는 상민이와 정우가, 반장은 민우가 하기로 했다. 물론 혼자 다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자를 정한 것이다. 연습 중간 중간 소품이나 의상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시키지 않아도 현우가 열심히 꼼꼼히 적는다. 현우는 참 듬직하고 성실하다. 움직이기 시작하니 저희들끼리 순서를 정하고 만들어보고 한다. 5시가 되어서 그만 하자고 하니 더 하자고 한다. 몇 페이지만 더 해요. 한다. 끝까지 이렇게 하면 좋겠다.


5월 9일 수요일 – 보충연습
움직이며 장면만들기. 코러스 대사 나누기. 역할 나누기.

2018년 7월 9일 월요일

2018 여름계절학교

산학교에서 7월 30일(월) ~ 8월 3일(금) 여름계절학교가 열립니다.

대안교육에 관심이 있는 7세 부모님들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부모님들은 관심을 가져 보세요.

믿을 만한 학교, 믿을 만한 프로그램, 믿을 만한 식자제(점심도 먹어요)

아이들에게는 정말 좋은 추억이 될 것입니다.


연극. 공연. 기록 5.

하경이의 성장 과정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볼 수 있어 무척이나 흥미롭고, 감사합니다.

하경이와 하람이가 다니고 있는 산학교는 현재 연극수업이 중등과정(7학년~9학년)에서는 선택으로 바뀌지만 초등과정(2학년~6학년)에서는 필수과목입니다. 산학교 학생들은 저학년부터 연극 수업을 하다가 6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학생들과 부모님들 앞에서 공연을 해왔는데 지난 6월 22일(금) 하경이가 공연을 했습니다.

산학교에서 연극을 담당하고 있는 마녀(이수연)의 수업 평가서를 통해 하경이와 친구들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리고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 하경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를 합니다.

이 번 글은 ‘연극. 공연. 기록 4.’( http://blog.jinbo.net/coolie1/1244 ) 에 이어 4월 17일 마녀(이수연)의 평가서 내용을 정리합니다. 연극 공연 실황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vzoyaZsIbC4 )에 있습니다.


1. 대본.

지난 주말, 이런 저런 생각들 끝에 대본을 썼다. 처음엔 다 쓸 생각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써온 독백을 손만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책상에 앉았는데, 어찌 하다 보니 쓰고 있었다. 사실 ‘어찌 하다 보니’는 아니고, 여러 이유들이 있다.

가장 큰 이유는, 6학년들의 특성 때문이다. 이 아이들이 글로 읽고 외우는 것까진 괜찮은데, 막상 움직이며 연기를 한다고 하면 부딪치게 될 장벽들이 하나 둘이 아닐 것이다. 그것도 다섯 명 모두. ‘하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연기를 해내야 하는데, 모두들 넘어야할 산들이 많다. 갈 길이 멀다. 그래서 대본을 빨리 주고 연습하는 시간을 벌어야 겠다는 혼자만의 결론에 이르렀다.

두 번째는 1학기 안에 공연을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뭐라도 의지가 모여지고 열정이 생겼을 때 그 힘을 몰아서 후다닥 해치우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았다. 수년간의 경험으로 보아도 시간이 늘어져서 좋을 일은 하나도 없었다. 결국은 하네, 마네 하다 뜨뜻미지근하게 했다. 아이들의 집중력과 어른의 집중력은 다르다. 극화활동이나 다른 드라마활동은 몇 학기에 걸쳐 하기도 하고, 할 수 있고, 그래도 그 재미가 전혀 덜하지 않지만, 공연은 다르다. 동기부여가 확실할 때 힘들어도 바짝 해나가는 것이 좋다. 분명한 결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빨리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는 여행이다. 학기 초 장난스럽게 시작된 여행이야기가 아이들 마음에 작지 않게 자리했고, 그것이 뭐가 되던 공연의 동력으로 삼아야하는데, 어찌하면 좋을까 고민이 되었다. 솔직 하자면, (현실적인 문제는 전혀 고려치 않고), 슴슴한 아이들의 분위기에 이런 거라도 동력이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여행에 대한 두 아이의 마음이 선명하게 보였다. 다른 세 명은 가도 안 가도 크게 상관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두 명은 달랐다. 단지 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가 아니라 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 마음을 간과하기 힘들었다. 말을 시작한 마녀로서는 약간 책임의식도 들었다. 내가 시간을 내어 같이 움직이는 것이 단지 여행 간다는 것 이상의 어떤 의미를 만들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러려면 6월에 공연을 끝내야 한다.

다만, 아이들이 대본을 직접 쓰지는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할 수 없다. 다음 기회에. 산중등으로 진학한다면, 산중등에서 하면 된다. 그리고 2학기엔 연극 안에서 어차피 자기 글을 쓰게 될 것이다.


2. 캐스팅.

대본을 받아 든 아이들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벌써? 진짜? 와! 어떻게!, 등등을 연발했다. 매년 아이들은 대본을 받을 때 무언가 경건함을 느낀다. 그건 이런 과정의 공연을 해본 사람들만 아는 느낌이다. 어느 해의 남자아이들은 대본에 손때가 묻을까봐 연극시간 전엔 반드시 손을 씻고 오기도 했다. 시키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중간 중간 재밌다는 말을 거푸해댔다. 역할을 정하지 않고 돌아가며 읽었고 다 읽은 후엔 역할을 정했다. 아이들은 눈짓을 주고받으며 서로 마음에 둔 역할을 이야기했다. 캐스팅은 어렵지 않았다.

윤재역할은 민우가, 곤이역할은 상민이가. 곤이역할에 대해 언젠가 현우가 관심 있어 해서 물어보았더니 지금은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도라역할은 정우와 하경이 둘이 손을 들었다. 정우는 여장을 하고 도라를 하겠다고 한다.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다.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정우가 도라역할을 하게 될 경우 아무래도 이야기의 분위기는 달라지게 될 거라고 말해주었다. 관객의 입장에선 정우가 남자임을, ‘여자역할’을 하고 있음을 온전히 배제할 수 없을 테니까. 정우는 금방 내려놓았다. 대신 윤재엄마 역할을 하겠다고 했다. 하경이는 도라와 할멈을 맡았다. 현우는 윤박사와 심박사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마녀는 분량으로도 그렇고 현우에게 심박사가 더 어울릴 것 같다고 추천했다. 아이들도 동의했고, 현우는 심박사를 맡았다. 그런데 연습하다보면 둘 다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역할을 정했으니 이제부턴 외워야한다. 대사분량이 다소 많다. 이 역할 외에도 코러스들의 대사들이 더 주어질 것이다. 그것이 힘들 것 같으면 연극형식을 바꿔보겠다고 하니, 아이들은 지금 대본이 마음에 든다고, 열심히 외우겠다고 한다. 마지막 장면은 들살이 후에 나눠주기로 했다.

3. 숙제. -아이들이 찾아온 인물과 나의 닮은 점.

이하경 -나는 도라를 닮았다.
밝다. 완전 똑같음. 남이 이것을 한다고 나도 똑같이 따라하지 않는다. 나도 스스로 존재하는 아이라고 생각한다.


구로시민회 이야기(2018년 7월 9일)


안녕하세요 구로시민회 사무국장 이광흠입니다.

1. 6월 26일(화) 구로시민회 창립기념일이었습니다.
1-1. 1988년 6월26일 민주쟁취국민운동 서울시본부 구로지부 창립

2. 6월 26일(화) 구로시민회 글쓰기 모임이 있었습니다.

3. 7월 5일(목) 대화 모임이 있었습니다.
3-1. 초대 손님은 꿈꾸는 달팽이(동네 주민들이 만든 북카페)의 노희숙.
3-2. 마을 살이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4. 7월 19일(목) 글쓰기모임에서 특강을 준비합니다.
4-1. 강사 - 박미자(부모라면 꼭 해야 할 미래교육 저자)
4-2. 시간 - 19시 30분, 장소 - 우신중학교독서실
4-3. 관심 있는 분들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5.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사무실은 회원들에게 늘 열려 있습니다.
5-1. 사무실 지나실 때 생각나면 들어오세요.
5-2. 회원들의 모임 장소가 필요할 때 연락 주세요.
5-3. 비 내리는 월요일 동네 사진 한 번 찍어 봤어요.

6. 구로시민회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를 해주세요.
6-1.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opengurocf )

이 문자는 구로시민회 정회원과 후원회원들에게 보내는 문자입니다. 혹여나 잘못 보낸 문자가 있으면 연락주세요 오늘 하루도 평안하세요^^

2018년 7월 8일 일요일

연극. 공연. 기록 4.

아이들의 성장하는 과정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무척이나 흥미롭고 감사한 일입니다.

하경이와 하람이가 다니고 있는 산학교는 현재 7학년~9학년(중등과정)에서는 선택으로 바뀌지만 2학년~6학년(초등과정)에서는 연극수업은 필수과목입니다. 산학교 학생들은 저학년부터 연극 수업을 하다가 6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학생들과 부모님들 앞에서 공연을 해왔는데 지난 6월 22일(금) 하경이가 공연을 했습니다.

산학교에서 연극을 담당하고 있는 마녀(이수연)의 수업 평가서를 통해 하경이와 친구들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 하경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를 합니다.

이 번 글은 ‘연극. 공연. 기록 3.’( http://blog.jinbo.net/coolie1/1241 ) 에 이어 4월 10일 마녀(이수연)의 평가서 내용을 정리합니다. 연극 공연 실황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vzoyaZsIbC4 )에 있습니다.


4월 10일

오늘은 시작하기 전에 여행이야기를 했다. 상민이와 하경이는 꼭 가고 싶다, 민우와 현우는 가도 그만 안 가도 그만인데 가고 싶은 마음이 더 큰 쪽. 정우는 딱 중간이라고 했다. 상민이와 하경이는 모두가 같이 가야 의미가 있다는 주장. 간다면 어디를 가고 싶은가. 처음엔 하와이 괌 사이판 등등 가기 힘든 곳들이 나왔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대충 가능한 곳들을 이야기했다. 여행이야기는 어쨌든 연극을 열심히 해보자로 결말 지어졌다. 하경이는 표정은 뚱하고 무관심해 보이는데 정말로 꼭 가고 싶다고 한다. 진짜 표정은 무얼까, 순간 궁금해졌다.


1. 숙제

숙제를 모두 잘 해왔다. 점심시간에 미리 받아 읽어보았다. 생각나지 않는다던 현우도 잘 써왔다. 상민이는 전에 했던 이야기에서 결말이 달라졌다. (원래는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끝나는데) 바뀐 이야기에선 엄마를 만난다. 왜 그런지 묻자 다른 가족은 몰라도 엄마는 꼭 만나서 엄마랑은 같이 살아야한다고 한다.

오늘은 오랜만에 그것들을 가지고 움직여보았다. 내내 앉아서만 이야기하다 오랜만에 장면을 만들고 움직여서인지 아이들 모두 신났다. 그러나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어려움이 느껴졌다. 같이 장면을 하고 움직이는 것은 재밌어하는데 진지하게 몰입하고 감정에 집중해야하는 것에 대해서는 힘겨워한다. 하경이는 인물이 되길 거부한다. 자꾸 설명을 한다. 현우는 정지상태가 될 때가 많다. 정우는 자신의 이야기 장면에서 또 다시 진짜로 슬퍼져서 울었다. 마녀가 생각이 많아졌다. 무엇이 집중을 방해하는 것일까. 어떤 두려움이 있는 걸까. 어떻게 해야 자유로울 수 있을까. 모르겠다. 사실 원래 답이 없는 질문들이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니까.


2. 색깔

<아몬드>이야기가 어떤 색깔로 느껴지는 물었다. 현우와 민우 하경이는 갈색이라고 했다. 감정을 못 느끼는 색깔, 별 특징 없이 어중간한 색깔, 보고 있으면 다른 색은 떠오르지 않고 갈색만 생각하게 되는 색깔, 그래서 갈색이 <아몬드>에서 느껴진다고 한다.

이야기 속 인물들도 맞는 색깔이 있는지 물었는데 특히 도라는 보랏빛이라고 했다.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함, 개성 있음이 그 이유였다. 그러다 서로가 어떤 색깔로 느껴지는 까지 이야기가 번져갔다. 대체로 주로 입는 옷색깔 이야기가 거론되었는데, 마녀에 대해서는 보라색, 파란색 초록색 등이 나왔다.

각 아이들이 하고 싶은 역할로써의 인물이 아닌, 나와 닮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 있는지 물었다. 조금이라도 닮거나, 혹은 매우 공감이 되는 인물이 있는지. 정우와 하경이는 도라를 말했다.


3. 독백과 시놉시스.

다시 독백쓰기 숙제가 주어졌다. “나는 ( )를 닮았어. ( )의 ( )한 모습은 꼭 나를 보는 것 같아.”로 시작되는 독백이다. 어떤 특정 장면을 선택해도 좋고 그 인물이 느끼는 감정의 상태를 지목해도 좋다. 단 나의 무엇과 어떻게 닮았는지를 잘 써오면 된다.

아이들은 은근히 글쓰기를 좋아한다. 아무래도 자신의 이야기여서 그런지 쓰면서 해소? 정리? 재미? 이런 것들을 느끼는 것 같다. 장면으로 만들 때 그런 정서가 많이 느껴졌다. 더불어 시놉시스 써오기 숙제도 주어졌다. 이건 시놉이라고 말하지 않고 그냥 꼭 하고 싶은 장면을 뽑아서 문장으로 정리해오라고 했다. 장면-장면의 설명 이런 식으로. 잘 하면 금방 연극이 만들어질 것도 같다.

올해 6학년들의 가장 좋은 것은 무엇보다 팀웍이 좋다는 것이다. 누가 무엇을 해도, 무슨 말을 해도 타박하거나 함부로 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한다. 과하게 반응하지도 무관심하게 무시하지도 않는다. 아, 그렇구나, 그랬구나... 하는 그 분위기가 참 좋다. 편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아이들, 그리고 그냥 그대로 흘러가는 이야기들.

2018년 7월 7일 토요일

7월 대화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운영위원회는 2018년 한 달에 한 번 정도 손님을 초대해서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7월 5일(목)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인근 식당에서 꿈꾸는 달팽이(동네 주민들이 만든 북카페)의 노희숙님과 운영위원들은 편안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노희숙님과 운영위원님들은 마을에서 사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사무국장은 참석을 못했습니다.

열린사회구로시민회가 진행한 4번의 만남과 주요 대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차 3월 28일(수) 박경양, 장평수
-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사무실 공간 활용에 관한 이야기.

2차 5월 10일(목) 이동진
- 종묘나들이 계획(6월 9일), 우천학원(우신중고) 1인 시위 계획(5월 14일, 16일, 17일, 18일)

3차 6월 14일(목) 안병순
- 선거 이 후 구정 감시와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 방식에 대한 이야기.

4차 7월 5일(목) 노희숙
- 마을 살이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

열린사회구로시민회는 비록 눈에 띄는 큰 변화는 없을지라도 다양한 실험과 만남을 통해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갈 것입니다.

참, 사무실 근처 지나실 일 있으면 일이 없어도 들려주세요.

지난 7월 2일 조원식님(놀이운동가)이 지나가다가 잠시 들렸습니다. 조원식님은 열린사회구로시민회 놀이팀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현재 열린사회구로시민회 놀이팀은 추억 속으로~~

사무실을 지나다가 추억이든, 현재든, 미래든. 하실 이야기 있으시면 그냥 들어오세요~~ 환영합니다. 단, 사무국장이 없어도 실망은 마세요~~ ㅎㅎㅎ.

한국입양어린이합창단의 꿈을 담은 노래 I have a Dream




2018년 7월 6일 금요일

연극. 공연. 기록 3.

지난 6월 22일(금) 6학년인 하경이와 친구들이 산학교 강당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산학교에서 연극을 담당하고 있는 마녀(이수연)의 수업 평가서를 통해 하경이와 친구들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 하경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를 합니다.

이 번 글은 ‘연극. 공연. 기록 2.’( http://blog.jinbo.net/coolie1/1239 ) 에 이어 4월 3일 마녀(이수연)의 평가서 내용을 정리합니다. 연극 공연 실황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vzoyaZsIbC4 )에 있습니다.


4월 3일

나의 인생.

지난 시간 숙제를 내 주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사건, 충격적인 사건에 대해 써오는 숙제였다. 그것에 대해 아주 구체적으로, 나는 몇 살이었고, 계절은 어떠했으며, 그곳은 어디였는지 등등 상세히 기억해서 적어오라고 했다.

이 숙제는 실제로 아이들의 독백으로 연극에 들어갈 것이기에 상세한 소환이 필요하다. <아몬드>에서 윤재는 엄마와 할멈이 당하는 무차별한 폭행을 목격한다. 바로 눈앞에서 할멈이 죽고 엄마는 중상을 입은 채 병원에만 있게 된다. 그와 상응하진 않더라도 분명히 아이들의 삶에 그만큼의 충격적인 사건, 어떤 계기가 되는 일이 있었을 것이었다. 그것을 알고 싶었다. 그것을 꺼내어 이야기를 시작한다면 <아몬드>는 또 다른 이야기,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될 것이다.

아이들은 대체로 죽음에 대한 경험들을 이야기했다. 강아지가 차에 치여 죽었던 장면, 증조 할머니의 죽음 등등. 한참 듣다가 그런 사건이 아이들 각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묻자 놀라움, 무서움, 슬픔 등에서 멈추었다.

우리는 더 깊은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하경이는 정리해온 꿈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5~6살 때 꾼 것치고는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꿈이어서 놀라웠다. 그 꿈을 꾸었을 때의 공포가 아직도 하경이에게 강렬하게 남아있었다. 그 이야기에서 시작이 되어 각자 그런 공포나 극한의 슬픔을 느꼈던 때의 이야기로 차츰 들어갔다.


오늘 나온 이야기들을 독백으로 써오기가 숙제다. 6학년 아이들 모두 성실하게 한 단계씩 나아가고 있다. 기특하다. 수업시작 전에 혹시 대본을 써볼 생각이 있는지 물었는데 늘 그렇듯 또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눈치만 본다. 그래서 연극시간에 쓰는 대본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 아이들이 다들 써 보고 싶다고 한다. 특히 하경이와 정우가 적극적으로 변했다. 뭐랄까, 자꾸 욕심이 난다. 더 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이들에게 더 많은 요구를 해본다. 일단은.

2018년 7월 5일 목요일

깡통의 기억. 백야 와 건모.

나는 인터넷에 글을 쓸 때, 더 이 전 PC 통신이라 불리던 014XY 시절에도 누군가를 지칭할 때는 님자를 부칠 때와 님자를 붙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 백야 김홍중님을 백야라 칭하는 것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가 없기를.


백야.

내가 백야를 언제 처음 만났는지 기억에 없다.

단지 2009년 8월 10일 당시 백야가 운영하던 곤충, 파충류 생태 체험장을 지날 일이 있어서 들렸을 때가 가장 먼 기억으로 남는다.


2009년 8월 11일 쓴 개인 블로그에 적혀 있는 글과 사진입니다.

세만금 전시장을 나와 조금 걸어가다보니 혜솔 아빠가 있는 곤충 파충류 생태체험장이 눈에 보인다.

잠을 지서에있는 주사랑교회에서 자기로 했기 때문에 시간이 늦어 바삐움직여야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잠시 들렸다.

도착해보니 한 TV에서 혜솔 아빠와 혜솔, 민솔, 선웅이가 고기를 맛있게 먹는 것을 촬영 중이었다.

인사만 하고 나오려했는데 어찌 어찌하다보니 그곳에서 잠을 자고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이렇게 적어서 내가 백야를 잘 알 것 같지만 사실 다른 사람들처럼 백야와 그리 가까이 지낸 적이 없습니다. 어쩌다가 수년에 두어 번 전화 하는 정도의 관계.

그런데 올해 건모를 나오기 전, 그리고 건모를 나오고 나서. 수년 치의 전화(2번의 천화)를 했습니다.

백야에게 가능하면 건모와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는데, 몸도 안 좋은 양반이 안동에서 유유자적하며 살아가는 걸 알기에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다 보니 건모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내가 처음 전화를 했을 때 이미 여러 명이 백야에게 건모 일로 전화를 했더군요.

최근 내가 건모와 관련한 글을 쓰지 않다고 밝혔음에도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은 백야가 건모에 벌써 두 개의 글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건모를 만들 때 사람들이 왜 반대를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고 푸념하던 그가 건모를 만들고, 건모가 만들어진 뒤 바로 가입도 안하고 몇 개월 지나도록 건모에 가입하라고 말도 하지 않고, 내가 건모에 가입한 뒤에는 특별한 이야기도 없이 그냥 대면 대면.

더군다나 나는 집단행동보다는 개별 행동을 선호하기 때문에 가끔 백야가 입양가족들을 위해 전시회에 초대를 할 때에도 개인적으로 잠시 들려 인사나 하고 왔지 입양 가족들과 함께 찾아가지도 않았고 건모에서의 다른 활동 역시 제로.


그럼에도 나는 건모에 대한 그리고 입양 가족에 대한 백야의 마음을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백야.

입양 가족들을 위해 무던하게, 그리고 미련하게 애를 쓴 사람입니다. 자기 몸이 망가질 정도로.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위해 백야는 별짓을 다했습니다. 정말.

그런데 지금 건모에서 백야를 향해 뻘 소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글을 읽을 때 내 마음도 이리 아픈데 백야는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백야가 건모에서 한 일에 대해 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지,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일을 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습니다.

백야에게 처음 전화하던 날 건모에서 강제탈퇴와 활동 정지된 사람들 때문에 마음 아파했고, 특히나 초록여우, 은비금비네, 해민맘에 대해서도 마음 아파했음에도 건모와 거리를 두려고 했던 백야가 무슨 일인지 요 며칠 새 건모에 두 개의 글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쓴 글에 백야를 잘 아는 것 같은 사람들이 백야를 향해 중립을 지키라고 말을 합니다.

나는 건모에서 스스로 나왔기 때문에 백야에게 무엇이라 말을 할 수도 없고, 건모에 대해서도 더 이상 무엇이라 말을 할 자격도 없습니다.

단지, 백야에 대한 비난이 불편하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끝판 왕이라는 말도, 나올 때가 되었는데 정말 나왔다는 말도 보았습니다. 백야가 오죽하면 나왔을까요? 조용하게 살고 싶은 사람을 복잡한 곳으로 끌고 나온 것이 문제지 복잡한 곳에 나온 백야가 문제인가요?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그동안 건모에서 크고 작은 일이 있을 때 마다 백야가 나서야 정리가 되곤 했는데 이번에도 그럴지 아니면 건모가 백야마저 버릴지 잘 모르겠습니다.

단지, 이번 건모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켜보면서 과연 몇몇의 운영진만의 잘못이라 말할 수 있을까? 침묵하는 다수는 잘못이 없나?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나 안동에서 조용히 살던 백야마저 끌어내야 하는 현 상황이 정상적인지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백야를 영웅으로 만들고 싶지도 않고, 백야를 끝판 왕으로 만들고 싶지도 않습니다. 단지, 백야가 안동에서부터 끌려 나오게 된 현 상황이 잘 마무리 되기를 바라고, 건모가 정말 건강하게 굴러가기를 바랍니다.

건모를 떠난 내가 이런 말을 하는게 우습지만 건모의 현 상황이 잘 정리되고, 입양과 관련한 사람들의 좋은 커뮤니티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조용해지려니, 모든 문제가 잘 해결될 것 같았는데, 끝판 왕이 등장해서 구정물을 만들고 있다고 생각는 사람이 없기를 바라며 이 글을 적었습니다.

또 다시 건모와 관련한 긴 글을 적어 죄송합니다.


연극. 공연. 기록 2.

지난 6월 22일(금) 6학년인 하경이와 친구들이 산학교 강당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산학교에서 연극을 담당하고 있는 마녀(이수연)의 수업 평가서를 통해 하경이와 친구들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 하경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를 합니다.

이 번 글은 ‘연극. 공연. 기록 1.’ 에 이어 3월 20일, 27일 평가서 내용을 정리합니다. 연극 공연 실황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vzoyaZsIbC4 )에 있습니다.


3월 20일

<아몬드>로 결정하다.

지난 시간에 읽어오기로 한 책, <80>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책은 책이 쓰였던 당시 시대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영국의 제국주의, 식민지, 산업혁명, 증기기관차 등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었다. 사실 이 책을 만약 연극으로 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읽었기 때문에 구구절절한 상황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연극으로 구현이 가능한가 아닌가를 떠나서 시대상이 꽤나 짙은 소설이었다. 오랜만에 읽어서인지 그런 점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기도 했다.

인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확실히 남자아이들은 ‘영국신사’인 포그씨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보았다. 이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했다. 냉정하면서도 속은 따뜻하다, 예의가 바르고 명석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잘 해결한다. 허점이라곤 없는 완벽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특이하게 이 소설에도 여자 인물은 한 명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아우다 부인인데 하경이는 이 역할도 괜찮다고 했다. 포그씨와 결혼하는 것으로 끝나는 별로 인상적일 것이 없는 인물이었다. (솔직히 여성은 항상 남성의 도움이 필요하며 자기 생각은 없이 장식품처럼 등장하는 이런 역할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런 역할을 하경이에게 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영국과 기차, 또 인도, 일본, 미국 등의 굵직한 나라들을 재연해내야 하는 어려움은 차치하고라도 중점을 두고 볼만한 내용이 별로 없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이들은 ‘내기’, ‘여행’이라는 것, 낯선 곳으로의 ‘모험’이라는 것에 확실히 많은 비중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재밌게는 읽었지만 연극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이 책을 추천했던 현우도 쿨하게 <아몬드>가 더 나은 것 같다고 했다. 만장일치로 <아몬드>로 결정되었다.


6월 27일

역할에 대한 이야기하기. 폭력에 대한 이야기.

요약하기 숙제를 모두 잘 해왔다. 어떻게 요약하려나 걱정했는데, 나름 개성을 살려 정리를 해왔다. 그것을 보니 아이들의 특성도 보였다. 내용 중심인 아이, 인물 중심인 아이, 감성적 접근인 아이 등등 다양했다. 다 같이 전체 내용을 읽어보았다. 요약 정리본에 대해서는 마녀는 관여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보고 있느냐가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빠진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이다. 굳이 다시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 그것을 바탕으로 이제 장면을 만들어보고 대본을 구성하면 된다. 성큼 앞으로 나갔다.

연극에 등장했으면 하는 인물,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윤재, 곤이, 엄마, 할멈, 윤교수, 심박사, 철사, 도라 등이 거론되었다. 또 연극으로 꼭 하고 싶은 장면은, 엄마와 할멈이 공격을 받는 장면, 피자집에서의 싸움 장면, 철사와 곤이와 윤재의 싸움장면, 도라의 입맞춤, 도라와의 만남, 윤재와 곤이의 만남, 윤재의 여섯 살 때 목격 장면, 윤재와 곤이의 학교생활 등이 거론되었다.

문제는 대부분이 싸움장면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소설에서는) 매우 폭력적이다. 정우가 불편해했다. 우려했던 일이었다. <아몬드>로 결정될 때 그 지점을 여러 차례 물어보았고 괜찮다고 했었는데, 막상 현실로 벌어지자 불편한 것이다. 정우는 엄마와 할멈의 폭행 장면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그 장면이 빠지면 이야기 전개가 안 된다고 했다. 정우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생각해보기로 했다.

연극과 소설은 다르다. 장면을 어떻게 구현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사실상 폭력을 주된 소재로 다루고 있는 이 이야기에서 얼마큼 타협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계속 논의가 될 것 같다. 솔직히 막상 역할을 정하고 장면으로 들어가면 모든 아이들이 불편해지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직은 각자 머릿속의 상상일 뿐이라 약간은 멋진 환타지가 섞여있겠지만 폭력은 어느 경우에도 아름다울 수 없다. 자기에게 닥치는 경우는 더더욱.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야한다.

그런 맥락에서 숙제를 내주었다. “내가 가장 슬펐을 때, 혹은 가장 충격을 받았던 사건은?” 주인공 윤재가 겪었던 일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일을 생각해보고 써오는 것이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들어가야 한다. 당장은 없다고 한다. 아이들은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2018년 7월 3일 화요일

연극. 공연. 기록 1.

아비된 내가 내 딸들은 잘 자라고 있다고 믿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사실 집에서 생활하는 것과 집 밖에서의 생활을 알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주변에서 하경이와 하람이의 성장을 관찰하고 기록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종단연구를 통해 하경이와 하람이가 입양인으로서 어떻게 성장을 하는지 볼 수 있고,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교사와 주고 받던 날적이와 방모임,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는 현재는 교사들의 평가서와 면담, 간담회 등을 통해 아이들의 생활을 어렴풋이나마 확인을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성장하는 과정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무척이나 흥미롭고 감사한 일입니다.

하경이와 하람이가 다니고 있는 산학교는 현재 7학년~9학년(중등과정)에서는 선택으로 바뀌지만 2학년~6학년(초등과정)에서는 연극수업은 필수과목입니다. 산학교 학생들은 저학년부터 연극 수업을 하다가 6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학생들과 부모님들 앞에서 공연을 해왔는데 지난 6월 22일(금) 하경이가 공연을 했습니다.

산학교에서 연극을 담당하고 있는 마녀(이수연)의 수업 평가서를 통해 하경이와 친구들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 하경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를 합니다.

이 번 글은 3월 6일, 16일 평가서 내용을 정리합니다. 연극 공연 실황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vzoyaZsIbC4 )에 있습니다.


3월 6일

점심시간부터 6학년들은 마녀를 볼 때마다 돌아가며 똑같은 질문을 했다. 마녀, 우리 이제 어떡해? 그렇다. 졸업공연이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엄청난 걱정과 불안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어떡하긴, 그냥 하면 되지. 그러나 올해의 6학년들은 그 ‘그냥’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아이들이다.

졸업공연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아니 그보다 하고 싶은 마음은 확실한 것인지 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꼭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마음은 모두 같았다. 다만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상민이는 사람이 적으니 새롭게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이야기를 연극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꼭 사람이 적어서 창작극을 못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생각을 해온 것이 기특했다. 더군다나 이야기도 찾아왔다. <아몬드>라는 소설이었다. 왜 그 이야기가 좋은 지 잠깐 설명을 했다. 요약하자면 상민이는 이야기보다 등장인물에 대한 매력을 느낀 것 같았다. 민우는 상민이의 의견-기존의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 <셜록 홈즈>를 말했다.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고 했다. 하경이와 정우는 딱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었다. 뭐든지 괜찮아, 다 좋아, 라고 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자기가 연극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아무거나 좋다는 것의 맹점이 무엇인지도 알려주었다.

사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공연에 대한 의지와 직결되는 문제다. 그것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다. 하경이에게 물었다. 춘향전을 해도 좋아? 춘향이 할 수 있겠어? 하경이는 식겁했다. 절대로 못한다고. 그럼 찾아와. 자신이 없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다, 를 떠나서 무엇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다. 더디 가더라도 그것을 찾았으면 좋겠다.


3월 16일

아이들은 <아몬드>를 다 읽어왔고, 그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 윤재와 그 친구 곤이었다.

올해 6학년들과 그런 이야기를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았다. 또 다행이?도 여자인물은 딱 한 명 나온다. 하경이와 잘 어울리는 캐릭터 같았다. 그 이야기가 마음에 끌렸다.


오늘은 현우가 <80>를, 하경이가 <완득이>를 추천했다. 하경이는 완득이의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마지막에 온 가족이 모여서 밥을 먹는 장면이라고 했다. 여러 사건들과 인물들이 있었음에도 그냥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특히 완득이가 마지막에 엄마와 다시 만나 온가족이 밥을 먹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 이야기를 한참 했는데, 하경이에겐 이야기에서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끝나야 하경이에겐 좋은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가 된다. 흥미로웠다.

어떤 이야기를 결정하게 되든 상관없다. 어떤 이야기든 우리식대로 달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책을 읽어보고 찾아보는 것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결코 줄거리대로 연극을 만들지 않는다. 왜 그것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아이들이 그 재미를 알게 될 것이다.

2018년 7월 2일 월요일

건모. 기억. 이별.

개인적으로 최근 예멘 난민 신청자들로 인한 사회 갈등을 지켜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중립에 선다는 것이 무엇일까? 그리고 그 중립은 정말 중립인 것인가? 그래서 최근 개인적으로 예멘 난민 신청자들에 대해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의 글을 종종 쓰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건모에 대한 이야기를 한국입양홍보회 카페에서 읽고 쓰는 것이 불편하지만 내가 건모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 든 이유는 위와 같은 그러니까 중립이 과연 중립일까? 라는 고민과 같은 선상에 있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건모 초기부터 입양특례법과 관련한 논란이 있었다는 말이 불편한 이유는 건모는 입양특례법 때문에 만들어진 카페가 아니었습니다. 건모는 2010년 만들어졌고, 입양특례법 전면 개정은 2011년 시행은 2012년 8월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당시 건모의 매니저가 당시 입양 부모들과는 다른 방향의 발언을 한 것이 문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혹여나 그것을 논란이라 말한다면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전면 개정되는 입양특례법이 발의되기 전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을 예상했지만 그저 예상이었기 때문에 입양특례법을 전면 개정을 주도했던 당사자들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 말을 했을 때 반대편에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예상은 되지만 눈에 보이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2012년 8월 입양특례법이 전면 개정된 뒤 입양이 급속도로 감소하자. 그들은 입양의 감소는 전면 개정된 입양특례법의 영향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다시 새로운(강화된)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을 들고 나오고 있고, 이에 동조하는 일부 입양 부모들은 입양의 감소는 다양한 측면의 요소가 있으나 2012년 8월 시행된 입양특례법의 영향은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당황스러운 것은 2018년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자 하는 입양특례법 전부 개정안에 대한 입양 부모들의 저항의 결과물인 ‘전국입양가족연대’에 대한 건모의 현 매니저와 부매니저의 인식입니다.

건모와 전가연의 대립 구조는 사실 현 매니저와 부매니저의 인식에서 초래된 것이라 보기에 2018년 초부터 이 사안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나는 건모를 포기(?)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10년 초 아니 그 이전 한국입양홍보회 홈페이지의 폐쇄성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된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던 시절부터 관심을 가져 왔던 건모를, 그리고 수차례 시끄러웠던 시절을 침묵하며 견뎌왔던 건모를, 조용히 모든 글을 삭제한 뒤 스스로 나온 이유는 건모가 균형을 잡을 수 있기를 바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건모에서 많은 사람들이 매니저와 부매니저와 갈등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그들(매니저, 부매니저)과 갈등을 일으킬 것 같았고, 그렇게 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입을 까봐서 스스로 조용히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강퇴와 활동정지를 당하는 일이 발생을 했습니다. 그것도 2년의 활동 정지.

의견의 차이다. 현 운영진이 고민하고 있으니 지켜보자. 운영진을 너무 흔들지 말자. 불편한 이야기를 하지 더 이상 하지 말고 건모의 현 운영진의 선택을 믿고 신뢰하자는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질문은.

초기부터 건모의 어려움을 잘 추슬러 왔던 사람들마저 강퇴 및 활동정지를 시키고 있는 현 상황이 정상적인 모습인지 묻고 싶을 뿐입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역사로 쓰여질 건모를 생각한 다면 더 이상 할 말은 없습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으나 4월 초 건모를 탈퇴하기 전에 적었던 글과 최근에 적었던 글의 일부를 옮기며 건모에 대한 내 입장을 정리합니다.

건모에 있는 글을 모두 지우고 나왔기 때문에 이 글에 있는 내용은 개인 블로그에 남아있는 글을 기반으로 작성합니다.


1. 4월 2일에 쓴 ['나' 그리고 '건모' 와 '전가연’]의 일부 내용입니다.(건모에는 글을 스스로 지웠기 때문에 개인 블로그에만 남아있는 글입니다)

솔직하게 말하면 저는 어디에 속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전국입양가족연대’도 지켜보고 있습니다. 물론 처음에 비대위 카톡방에 초대 되었고, 현재 밴드에도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입양관련 단체 소속은 늘 한국입양홍보회 하나를 이야기합니다. 제가 한국입양홍보회에서 무슨 큰 역할을 하는 위치도 아니고, 지역모임 활동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굳이 소속을 이야기하라고 하면 한국입양홍보회 회원이라고 말을 하지, ‘건모’ 나 ‘전가연’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국입양홍보회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건모’ 보다는 ‘전가연’에 더 큰 무게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조직적인 저항을 하지 못한다면 결국 또 다시 현재보다 더 어려운 시간들을 보낼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 글이 또 다른 분란을 만들 수 도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건모’를 만들 때 지지했던 원죄 때문에 ‘건모’를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조직적 저항을 하기 위해서는 ‘전가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전가연’을 적극적으로 지지를 한다는 것을 밝히고자 글을 적습니다.

‘건모’를 ‘건모’ 답게 하자는 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제가 ‘건모’를 좋아하는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그것은 입양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그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건모’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저도 ‘건모’를 떠 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밤입니다.


2. 4월 5일에 쓴 [내가 이른 바 '남인순법'을 반대하는 이유]의 일부 내용입니다.(한국입양홍보회 네이버 카페에도 남아 있습니다.)

입양선배들이 한 것이 무엇이냐? 겨우 의료급여1종? 아동양육수당? 그딴 거 필요 없으니 우리 아이아이들 간섭하지 않게만 해주면 좋겠어?

초기 공개입양선배들은 물론 저는 초기 공개입양세대가 아닙니다. 입양의 날을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우리사회에서 공개입양이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스티브 모르슨 같은 해외 입양인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들은 우리 사회에서 입양아동이나 입양부모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공개입양이라고 생각을 해서 모임을 만들었고, 그것이 한국입양홍보회였습니다.


저는 ‘한국입양홍보회’에서 뭔가 열심히 하는 회원은 아닙니다. 단지, ‘한국입양홍보회’가 참 많은 일을 해 왔고, 초기 공개입양선배들이 사회의 냉대와 무시를 받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며 일구어낸 많은 것들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들은 시설에서 아이들이 자라서는 안된다고 생각을 했고, 그것을 실천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현재 어떤 입양커뮤니티에서 참 많은 이야기들로 시끄럽습니다. 저는 사실 한쪽 편을 들고 싶기도 하지만 그저 침묵을 지키려고 노력 중입니다. 하지만 입양선배들이 무엇을 했느냐고 주장하는 글을 보노라면 사실 짜증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이 나도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예전 학교에 다닐 때 선배들이 도대체 뭘 했느냐고 되묻던 어떤 후배가 생각이 났다고 할까요? 지금은 그 후배가 잘 살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3. 4월 17일 [페이스북]에 쓴 글입니다.

2010년 가입

296개의 글 자삭

밖으로 뿅

ㅋㅋㅋ


댓글
이광흠 사실 저는 글을 잘 안지워요^^ 지워지는 경우는 있지만... ㅎㅎㅎ... 모순이긴 한데 296개의 글을 지운 건 그 만큼 마음이 있었던 곳이라 생각을 해요. 아마 그곳으로 다시 돌아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래서 더 더욱 흔적을 지웠지 않았을까? 지우고 나오니 왜 내가 ? 이런 생각도 ㅎㅎㅎ


4. 6월 20일 [건모(건강한 자녀양육을 위한 입양부모)]의 일부 내용입니다.(한국입양홍보회 네이버 카페에도 남아 있습니다)

분란을 만들 것 같아 스스로 나온 건모를 다시 흔드는 꼴이 될 수도 있는 글을 쓰려니 참 마음이 씁쓸합니다.

내가 처음 건모를 만들겠다는 분들을 지지했던 이유는 그리고 건모가 한국입양호보회와 결별을 선언하고 독자 노선을 걸을 때에도 건모 회원으로 남았던 이유는 너무나 단순 했습니다. 건모는 누구나 쉽게 가입하고, 입양에 대해 알아가고, 입양 아동들이 자라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삶을 나누는 그런 곳이기를 바랬기 때문이었습니다.

2018년 8월 20일 현재 건모의 모습은 어떤지 건모 회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건모는 어떤 곳입니까?


7월 2일 자신이 적었던 예전 글들을 뒤적이며 이 글을 씁니다. 건모가 뭐라고. ㅎㅎㅎ.

아마 이 글로 나의 건모에 대한 글과 건모에 대한 관심은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정말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건모와 관련한 글은 더 이상 쓰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6월 20일을 8월 20일로 쓴 오타도 발견했지만, 그냥 내버려 주기로.

사진은 2013년 11월 국회 앞에서 입양특례법을 개정하라고 요구하던 때 사진입니다. 그런데 2018년 남인순 의원이 입양특례법을 개정하겠다하는데 나는 반대. ㅎㅎㅎ.


2018년 7월 1일 일요일

예멘. 난민. 광화문. 삶

지난 6월 30일 제주도 예멘 난민 신청자들로 인해 광화문에서 두 개의 집회가 있었습니다.
  
기독교인으로서 나는 예멘 난민을 받아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하지만 이런 개인적인 종교적인 신념을 떠나서 예멘 난민 사태를 통해 현재도 지구촌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난민들의 상황을 사람들이 보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에 이 동영상을 올립니다.
  
동영상은 현지 예멘의 상황 일부를 담담히 담아내고 있습니다어쩌면 무채색으로 너무 밋밋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주의 깊게 본다면 예멘의 현재 상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특히영상만 봐도 무슨 내용일지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아 골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