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7일 화요일

고 리

악습의 고리를 끓을 수 있을까?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페이스북에서 그가 DP를 보았다는 내용의 글을 보았다.
 
내가 부대에서 조직적인 집합과 구타를 막을 수 있었던 것은, 나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다. 내 바로 윗 기수들이 모두 남한산성으로 끌려갔고, 그 빈 권력의 공간에 나를 비롯한 후임들이 그 자리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만약 큰 변화 없이 내가 그 자리에 들어갔었다면, 나 역시 누군가를 때리거나, 왕따가 되지 않았을까?
 
변화를 위해 노력하던 중 닥친 혼란, 그때 중심을 잡아주는 후임병들이 없었다면 어찌 되었을까?
 
사건이 터지고 나서 간부들은 자신들은 전혀 몰랐던 일이라고 다들 발뺌을 했었다. 아침을 먹고 집합, 저녁을 먹고 집합하던 그 상황을 간부들은 정말 몰랐을까?
 
사건 이 후 변해버린 후임병들의 모습 때문에 우리도 혼란스러웠는데, 간부들은 어땠을까? 그들이 지나가며 우리에게 한 마디씩 던졌던 말들. 어째 요즘 부대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고참들이 던졌던 말들, 후임들 군기를 잡아야 너희가 편하다는 그 말에 굴복했으면 어찌 되었을까?
 
욱하는 성질에 한 대 쥐어박는 일은 있었는지는 몰라도, 집단으로 자행된 매타작은 없었다. 조직 생활에서 그 하나를 바꾸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기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페이스북 글에 마음이 흔들린다.
 
혼자 무엇인가를 바꿀 수는 없다.
 
사건 사고 사례가 전파될 때마다 고참들은 이런 말을 했었다. 요즘 새끼들은 맞지 않아서 조금만 맞아도 죽어요.
 
말년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군에서 후임병들을 그리 때리던 고참은 겁이 많은 사람이지 않았을까?
 
제대를 하고 부대에 간 적이 있었다. 민간인이 부대에 간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부대에 갔더니 아들 놈 한 놈은 잠깐 외출(?) 했다가 걸려서 군기 교육대인지 영창인가 갔고, 다른 한 놈은 아버지 왔다고 좋아하더라.
 
포대장이 잠깐 보자고 해서 이야기하던 중, 얼마 전 고참 하나가 자기 애인하고 부대를 들렸다고 한다. 그런데, 후임병들이 하나도 아는 척은 하지 않아서 당황했다고 하면서, 그 병장은 생활을 잘 하지 않았느냐고 내게 물었다.
 
간부가 보는 것과 함께 생활하던 이들이 보는 것은 많이 다른 것 같다. 그 병장은 왜 부대에 들렸을까? 자기 존재를 확인하고 싶었던 것일까? 자기가 어찌 생활을 했는지, 후임병들의 모습을 통해 깨달았을까? 아니면 자신을 무시한 후임병들을 욕하며 군대는 오줌도 누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사건이 터진 뒤 장교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가 기억난다.
 
사병들은 어쩌고저쩌고.
구타와 가혹행위는 없어야 한다. 어쩌고저쩌고.
 
그래서 장교에게 물었다.
 
간부 숙소에서 들리는 소리는 뭔가요?
그건 교육이고, 어쩌고저쩌고.
 
가혹행위가 사병들 간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악습의 고리를 끊는 것은 어느 개인의 힘으로는 불가능하다. 함께 고리를 끊지 않으면, 끊을 수 없다. 이재명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악습의 고리들을 일부라도 끊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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