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5일 목요일

연극. 공연. 기록 2.

지난 6월 22일(금) 6학년인 하경이와 친구들이 산학교 강당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산학교에서 연극을 담당하고 있는 마녀(이수연)의 수업 평가서를 통해 하경이와 친구들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 하경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를 합니다.

이 번 글은 ‘연극. 공연. 기록 1.’ 에 이어 3월 20일, 27일 평가서 내용을 정리합니다. 연극 공연 실황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vzoyaZsIbC4 )에 있습니다.


3월 20일

<아몬드>로 결정하다.

지난 시간에 읽어오기로 한 책, <80>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책은 책이 쓰였던 당시 시대상,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영국의 제국주의, 식민지, 산업혁명, 증기기관차 등에 대해 간단하게 이야기해주었다. 사실 이 책을 만약 연극으로 한다면 어떻게 할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읽었기 때문에 구구절절한 상황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연극으로 구현이 가능한가 아닌가를 떠나서 시대상이 꽤나 짙은 소설이었다. 오랜만에 읽어서인지 그런 점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기도 했다.

인물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확실히 남자아이들은 ‘영국신사’인 포그씨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보았다. 이 이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했다. 냉정하면서도 속은 따뜻하다, 예의가 바르고 명석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잘 해결한다. 허점이라곤 없는 완벽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특이하게 이 소설에도 여자 인물은 한 명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아우다 부인인데 하경이는 이 역할도 괜찮다고 했다. 포그씨와 결혼하는 것으로 끝나는 별로 인상적일 것이 없는 인물이었다. (솔직히 여성은 항상 남성의 도움이 필요하며 자기 생각은 없이 장식품처럼 등장하는 이런 역할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런 역할을 하경이에게 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영국과 기차, 또 인도, 일본, 미국 등의 굵직한 나라들을 재연해내야 하는 어려움은 차치하고라도 중점을 두고 볼만한 내용이 별로 없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이들은 ‘내기’, ‘여행’이라는 것, 낯선 곳으로의 ‘모험’이라는 것에 확실히 많은 비중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재밌게는 읽었지만 연극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에 의견을 모았다. 이 책을 추천했던 현우도 쿨하게 <아몬드>가 더 나은 것 같다고 했다. 만장일치로 <아몬드>로 결정되었다.


6월 27일

역할에 대한 이야기하기. 폭력에 대한 이야기.

요약하기 숙제를 모두 잘 해왔다. 어떻게 요약하려나 걱정했는데, 나름 개성을 살려 정리를 해왔다. 그것을 보니 아이들의 특성도 보였다. 내용 중심인 아이, 인물 중심인 아이, 감성적 접근인 아이 등등 다양했다. 다 같이 전체 내용을 읽어보았다. 요약 정리본에 대해서는 마녀는 관여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어떻게 이야기를 보고 있느냐가 중요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빠진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서이다. 굳이 다시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 그것을 바탕으로 이제 장면을 만들어보고 대본을 구성하면 된다. 성큼 앞으로 나갔다.

연극에 등장했으면 하는 인물,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윤재, 곤이, 엄마, 할멈, 윤교수, 심박사, 철사, 도라 등이 거론되었다. 또 연극으로 꼭 하고 싶은 장면은, 엄마와 할멈이 공격을 받는 장면, 피자집에서의 싸움 장면, 철사와 곤이와 윤재의 싸움장면, 도라의 입맞춤, 도라와의 만남, 윤재와 곤이의 만남, 윤재의 여섯 살 때 목격 장면, 윤재와 곤이의 학교생활 등이 거론되었다.

문제는 대부분이 싸움장면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소설에서는) 매우 폭력적이다. 정우가 불편해했다. 우려했던 일이었다. <아몬드>로 결정될 때 그 지점을 여러 차례 물어보았고 괜찮다고 했었는데, 막상 현실로 벌어지자 불편한 것이다. 정우는 엄마와 할멈의 폭행 장면은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그 장면이 빠지면 이야기 전개가 안 된다고 했다. 정우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생각해보기로 했다.

연극과 소설은 다르다. 장면을 어떻게 구현해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사실상 폭력을 주된 소재로 다루고 있는 이 이야기에서 얼마큼 타협이 가능할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계속 논의가 될 것 같다. 솔직히 막상 역할을 정하고 장면으로 들어가면 모든 아이들이 불편해지긴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직은 각자 머릿속의 상상일 뿐이라 약간은 멋진 환타지가 섞여있겠지만 폭력은 어느 경우에도 아름다울 수 없다. 자기에게 닥치는 경우는 더더욱. 다르게 이야기를 풀어야한다.

그런 맥락에서 숙제를 내주었다. “내가 가장 슬펐을 때, 혹은 가장 충격을 받았던 사건은?” 주인공 윤재가 겪었던 일 만큼은 아니더라도 그와 비슷한 일을 생각해보고 써오는 것이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들어가야 한다. 당장은 없다고 한다. 아이들은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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