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7월 3일 화요일

연극. 공연. 기록 1.

아비된 내가 내 딸들은 잘 자라고 있다고 믿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사실 집에서 생활하는 것과 집 밖에서의 생활을 알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주변에서 하경이와 하람이의 성장을 관찰하고 기록을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종단연구를 통해 하경이와 하람이가 입양인으로서 어떻게 성장을 하는지 볼 수 있고,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교사와 주고 받던 날적이와 방모임, 대안학교를 다니고 있는 현재는 교사들의 평가서와 면담, 간담회 등을 통해 아이들의 생활을 어렴풋이나마 확인을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성장하는 과정을 다른 사람의 시선을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무척이나 흥미롭고 감사한 일입니다.

하경이와 하람이가 다니고 있는 산학교는 현재 7학년~9학년(중등과정)에서는 선택으로 바뀌지만 2학년~6학년(초등과정)에서는 연극수업은 필수과목입니다. 산학교 학생들은 저학년부터 연극 수업을 하다가 6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학생들과 부모님들 앞에서 공연을 해왔는데 지난 6월 22일(금) 하경이가 공연을 했습니다.

산학교에서 연극을 담당하고 있는 마녀(이수연)의 수업 평가서를 통해 하경이와 친구들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리고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다른 분들과 나누고 싶어 하경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를 합니다.

이 번 글은 3월 6일, 16일 평가서 내용을 정리합니다. 연극 공연 실황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vzoyaZsIbC4 )에 있습니다.


3월 6일

점심시간부터 6학년들은 마녀를 볼 때마다 돌아가며 똑같은 질문을 했다. 마녀, 우리 이제 어떡해? 그렇다. 졸업공연이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엄청난 걱정과 불안을 머리에 이고 있었다. 어떡하긴, 그냥 하면 되지. 그러나 올해의 6학년들은 그 ‘그냥’에 대한 두려움이 많은 아이들이다.

졸업공연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아니 그보다 하고 싶은 마음은 확실한 것인지 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꼭 하고 싶다고 했다. 그 마음은 모두 같았다. 다만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상민이는 사람이 적으니 새롭게 이야기를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이야기를 연극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꼭 사람이 적어서 창작극을 못할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생각을 해온 것이 기특했다. 더군다나 이야기도 찾아왔다. <아몬드>라는 소설이었다. 왜 그 이야기가 좋은 지 잠깐 설명을 했다. 요약하자면 상민이는 이야기보다 등장인물에 대한 매력을 느낀 것 같았다. 민우는 상민이의 의견-기존의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 <셜록 홈즈>를 말했다.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이 흥미롭다고 했다. 하경이와 정우는 딱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었다. 뭐든지 괜찮아, 다 좋아, 라고 했다. 그러면 안 되는데. 자기가 연극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아무거나 좋다는 것의 맹점이 무엇인지도 알려주었다.

사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공연에 대한 의지와 직결되는 문제다. 그것은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세다. 하경이에게 물었다. 춘향전을 해도 좋아? 춘향이 할 수 있겠어? 하경이는 식겁했다. 절대로 못한다고. 그럼 찾아와. 자신이 없다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은,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다, 를 떠나서 무엇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다. 더디 가더라도 그것을 찾았으면 좋겠다.


3월 16일

아이들은 <아몬드>를 다 읽어왔고, 그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가장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 윤재와 그 친구 곤이었다.

올해 6학년들과 그런 이야기를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았다. 또 다행이?도 여자인물은 딱 한 명 나온다. 하경이와 잘 어울리는 캐릭터 같았다. 그 이야기가 마음에 끌렸다.


오늘은 현우가 <80>를, 하경이가 <완득이>를 추천했다. 하경이는 완득이의 이야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마지막에 온 가족이 모여서 밥을 먹는 장면이라고 했다. 여러 사건들과 인물들이 있었음에도 그냥 그렇게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특히 완득이가 마지막에 엄마와 다시 만나 온가족이 밥을 먹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 이야기를 한참 했는데, 하경이에겐 이야기에서 “해피엔딩”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끝나야 하경이에겐 좋은 이야기, 재밌는 이야기가 된다. 흥미로웠다.

어떤 이야기를 결정하게 되든 상관없다. 어떤 이야기든 우리식대로 달라지게 될 것이다. 우리가 책을 읽어보고 찾아보는 것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찾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결코 줄거리대로 연극을 만들지 않는다. 왜 그것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아이들이 그 재미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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