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8월 11일 토요일

연극. 공연. 기록 7.

산학교(대안학교) 6학년 학생들은 연극수업을 학교에서 학생들과 부모님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데 지난 6월 22일(금) 하경이와 친구들이 연극공연을 했습니다.

산학교에서 연극을 담당하고 있는 마녀(이수연)의 수업 평가서를 통해 하경이와 친구들이 어떤 준비 과정을 거쳐왔는지 그리고 아이들이 어떻게 성장해가는지 하경이 이야기를 중심으로 정리를 합니다.

이 번 글은 ‘연극. 공연. 기록 6.’( http://blog.jinbo.net/coolie1/1248 )에 이어 마녀(이수연)의 평가서 중 5월 15일, 5월 16일, 5월 18일, 5월 22일, 5월 23일, 5월 25일 내용을 정리합니다. 연극 공연 실황 영상은 유튜브( https://youtu.be/vzoyaZsIbC4 )에 있습니다.



5월 15일

이번 공연의 형식은 스토리씨어터다. 특정인물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연기하는 게 아니라, 코러스(이야기꾼)로 존재하며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고 어느 장면에선 역할을 맡아 역할연기를 하기도 하는 형식이다. 그래서 의상이나 소품이 빨리 준비가 되어야 한다. 왜냐면 무대에서 계속 입고 벗는 연습을 소품을 가지고 연기하는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통은 공연 2주전쯤에나 의상을 준비하는데 올해는 빠르다. 그리고 아이들은 말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즉각 준비해온다. 이렇게 잘해오는 학년은 이제껏 없었다.

점심시간에 중등 아이들이 같이 밥을 먹으면서, 왜 올해 6학년들은 야단치지 않고 혼내지 않냐고 묻는다. 자기들은 작년에 많이 혼났는데 말이다. 혼난 이유가 뭐였는지 묻자, 대사 안 외우고, 준비물 안 가져와서 혼났다고 한다. 올해 애들은 한 번 말하면 다 준비해와, 그랬다. 그러니 더 할 말이 있겠는가. 그래도, 그래도, 를 중얼거리다 밥을 먹는다. 어쨌든 자기들은 힘들었다, 그런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6학년들이 힘들지 않겠는가. 나름의 자기 몫의 힘듦은 다 있는 것이다. 다 다른 모습으로.

5학년들이 말하기를, (6학년들이) 내년에 졸업공연을 절대로 하지 말라고 했다고, 너무너무 힘들다고 했단다. 그래서 내년이 고민된다고 한다. 6학년 수업시작 전에 물어보았다. 많이 힘드니? 아이들은 정색을 하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아니오. 하나도 안 힘들어요. 할 만해요. 이 정도는 뭐. 생각보다 안 힘든데요? 그런다. 아니, 뒤에선 힘들다는 소리를 그렇게들 하고 다니면서 내 앞에선 왜 말을 안 할까? 말을 해야 해결방법을 찾아주던지 할 텐데 말이다. 다른 애들 같으면 온갖 엄살을 떨고, 투덜거리고, 변명을 하면서 어쩌고저쩌고 할 텐데, 참 특이한 녀석들이다.

생각해보니 올해 6학년들은 대부분 첫째들이다. 성격도 성격이지만, 첫째들이어서 그런지 책임감이 강하고 의무에 대한 인식이 먼저다. 어떤 상황에 대해 수용하고 감내하려는 성향들이 강한 것 같다. 물론 제 멋대로 독재자 같은 첫째들도 많지만 이 아이들은 그런 첫째들은 아닌 것 같다. (집에선 또 다를까나?)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반박하고 어깃장을 부리거나 투정을 부리기보다는, 그렇구나, 하면서 받아들이고 참아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성향이 강하다. 그래서인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어제도 보충연습을 하는데, 시간이 늦어지다 보니 아이들이 피곤해보였다. 민우가 연신 하품을 하고 지쳐보여서 졸립냐고 묻자, 눈을 크게 뜨며 절대로 안 졸립다고, 하나도 안 피곤하다고 한다. 연습이 재밌어서 그렇게 말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한편으론 안쓰럽다. 민우만 그러겠는가. 상민이도 하경이도 연습을 하다가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아 눈물이 그렁그렁할 때가 있는데 그걸 참는다. 그리고 안 힘들다고 한다.

나는.... 머리가 아프다. 아이들을 감지해 내야하는 또 다른 임무가 있는 것이다. 지금 속내는 무엇일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 상황이 저 아이에게 어떻게 느껴지는 것일까, 눈치 아닌 눈치를 본다. 이제껏 아이들과 공연연습을 하면서 신체적으로 피곤하고 힘든 일이야 많았지만 이렇게 신경을 많이 써야하는 경우는 처음이라 머리가 좀 아프다. 지난주에도 이번 주에도 연습을 마치고 나면 자꾸 몸살이 난다. 차라리 소리 지르고 화를 내고 내가 왜 그랬을까 반성하고 자책하는 게 낫지.. 아직 한 달이 더 남았다. 그때까지 서로 적응해가겠지, 아이들이 변하겠지, 하고 기대해본다.


5월 16일 수요일 – 보충연습
의상 점검하기. 장면 만들기. 코러스 대사 나누기.


5월 18일 금요일 – 보충연습
의상 소품 점검하기. 장면 만들기. 코러스 대사 나누기.


5월 22일 화요일 – 보충연습


5월 23일 수요일 – 보충연습


5월 25일 금요일 – 보충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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