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1월 2일 토요일

지금 이대로

지난 며칠 과거 어느 시점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언제가 좋을까? 생각을 해 보았지만 막상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기가 없다는 것이 좋은 것인지 슬픈 것인지 모르겠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10대는 큰 의미를 못 찾겠고, 20대는 군대와 학교생활과 교회, 30대는 교회와 정명석 잡느라 보내고, 40대는 살아보려고 하다 보니 50대가 되어 버렸다.

10대?

학창 시절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아주 어릴 적 떠오르는 기억들의 조각들은 국민학교(현 초등학교)에 다니 던 때 학교에 가기 싫은 날 만화 책방에 가서 만화책을 보다가 학교 뒷산에 올라 학교 끝나는 것을 보고는 집으로 갔던 몇 번의 기억. 그리고 교회에서 수련회를 갔었는데 수련회에 갔던 기도원 천장이 무너져 사람을 구하러 그 속으로 들어갔었던 기억.

고등학교에 바로 들어가지 못하고, 1년을 놀았던 기억. 덕분에 1년 어린 친구들하고 고등학교를 다닌 덕분에 87학번이 아닌 88학번이 되었다는 기억. 떠 올리려면 더 많은 이야기들을 떠 올릴 수 있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막상 떠오르는 기억들은 이 정도.

최근 중학교 때 같은 반이었던 한 녀석이 세상을 떠난 지 5년이라는 소식이 방송을 통해 들었지만, 그리 가까웠던 편도 아니었고, 노래도 많이 아는 편이 아니라 패스. 단지 녀석의 딸아이의 사진을 보니 중학교 때 키는 그리 큰 편은 아니었고, 공부는 잘했던 것 같고, 예쁘장(?)하게 생겼던 모습이 떠올라 아는 척 하기 민망하지만 잠시 끄적임.

20대?

군대라는 곳에서의 기억, 제대하고 처음 전도사라 불렸던 교회에서의 일들과 학교를 복학한 뒤 겪었던 많은 일들. 그리고 이른 바 014XY 시대라 불리던 하이텔과, 천리안 그리고 나우누리를 오가며 떠돌던 시간들.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이별. 담임 목회 시작. 지금 생각해보니 20대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짧은 글 안에 하나하나 풀어내기가 쉽지가 않음.

30대?

1999년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던 그 해, JMS 정명석이 SBS 방송에 나왔고, 어쩌다 성범죄자 정명석을 형사 처벌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함께 했었고, 개인적으로 상처도 받았던 시간들. 그리고 교회에서 예전 내 어릴 적 모습의 한 부분씩을 보여주던 아이들과 살아가고자 했던 시간들. 결혼. 첫 아이 입양. 좋았던 기억과 아픔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 흔적들.

40대?

광명에서 구로로. 공동육아. 산학교. 열린사회구로시민회. 아내와의 갈등. 둘째 입양. 담임 목회를 하던 예본교회 폐쇄. 하려면 끝이 없을 이야기들. 그렇게 시간은 흘러 가 버렸다.

10대의 내가 아니었다면 20대가 없었을 것이고, 20대의 삶이 없었다면 30대가 없었을 것이고, 30대의 방황이 없었다면 40대의 삶이 없었을 것이고, 현재의 50대의 삶은 시작도 못했을 것이다.

내 지난한 삶의 흔적들을 뒤흔들어 놓으면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을까?

그래서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지금의 내 모습 그대로 있고 싶다. 50대에는 또 얼마나 많은 일들이 지나 갈 까? 다만 폭풍 속을 걸어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ㅎㅎㅎ


지난 2019년 10월 29일(화) 열린사회구로시민회 글쓰기 모임의 글감 ‘자신이 돌아가고 싶은 시간’에 대한 글. 당일 다 쓰지 못해서 초안만 들고 갔다가 내용을 채우고 싶어서 이 후 빈 구석을 채움.

사진은 지난 2019년 9월 24일 구로공익단체협의회 서로 도움과 쉼 워크숍 중 정동진 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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