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3일 수요일

하람, 갈등으로 울다.

오늘 이른(?) 시간 집에 들어가 씻고 자려니 일을 하던 아내.

아내 : 내일 아이들 핫케이크 만들어 줄려고 하니 일찍 깨워.
나 : 알았어.

아내가 깨워 달라고 말을 한 시간.

나 : 일어날 시간인데?
아내 : 조금만 더.

시간이 약간 지난 뒤.

나 : 일어나
아내 : 당신이 해줘

나 : 하람 핫케이크 만들자.
하람 : 아빠 계란 먼저.

아내 : 그렇게 핫케이크를 만들어 먹었으면서도.
나 : 음.

아내가 핫케이크를 만들던 내게 어제 하람이가 울었다는 수신호.

나 : 왜 울었어?
하람 : 속상해서.

나 : 왜?
하람 : 친구들이 나만 빼고 놀잖아.

핫케이크를 먹은 뒤 물병에 얼음을.

하람 : 아빠 얼음이 너무 많은 거 아냐?
나 : 그래도 이 정도는(물통 목까지 꽉꽉)

하람 : 해니가 좋아하겠다.
나 : 깨물어 먹지는 말라고 해.

하경이와 하람이는 산학교라는 대안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들 수도 적고, 선생님도 좋고, 인지교육에 대한 과도한 압박도 없습니다. 밥도 맛있고.

그런데 하람이는 하경이가 그랬었던 것처럼, 친구들과 갈등으로 인해 울기도 하고 어떤 날은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하람이가 친구들과 갈등하고 힘들어하지만 또 다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친구들도 친구 관계 때문에 힘들어한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면 아이에게서 아이의 속상했던 이야기를 듣고 아이에게 속상했구나 라는 말을 해주면 아이는 자기 짐을 챙겨서 학교에 가고, 학교에 가서는 친구들과 웃으며 놀더군요. 오늘도 아이는 웃으며 학교에 갔습니다. 아마 오늘도 학교에서도 그렇게 하루를 보내겠지요.

싸웠다던 친구들과 놀고, 어제 함께 놀던 친구와 갈등하고, 친구들과 어떤 친구를 배제하고, 어느 순간 자신이 배제되어 있고, 속상해 울고, 친구들과 놀며 웃고, 어제 욕하던 친구를 오늘은 세상에 없는 절친처럼 이야기를 하는 아이를 봅니다.

갈등을 대면하고, 풀어가는 아이를 보면서 아이의 성장을 봅니다. 아이들간의 정말 심각한 문제가 발생을 했다고 하면 또 다른 문제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대부분은 아이의 마음을 받아주는 것으로 해결됩니다.

그런데 아이들 사이에서만 갈등이 있을까요?

때때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 갈등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분들이 있는 것같습니다. 하지만 세상에서의 갈등은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계속 될 것입니다. 때문에 갈등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그리고 그러한 갈등을 더 크게 증폭시킬 것인지? 아니면 갈등을 풀어낼 것인지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몫 아닐까요?.

때때로 갈등 당사자가 아닌 제 3자의 입장에서 갈등 상황을 지켜보다가 자신의 삶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지혜를 얻게 되는 경험을 하기도 합니다.

만약 우리가 아이들의 경험(다툼)이 소중한 것임을 인정한다면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우리(어른)들의 삶에서도 소중한 가치를 잘 지켜내면 좋겠습니다.

오늘부터 3일간 학교비정규직 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어제 만난 한 분에게서 내일 아이 도시락을 준비해야 하고, 평소보다 이른 시간 아이를 데리러 가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분은 적지 않은 나이에 아이를 입양을 해서 아이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를 양육하다보니 여러가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경험하게 된다면서도, 그럼에도(많이 불편함에도) 학교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을 지지한다는 말을 합니다.

이번에 학교비정규직 노조가 파업을 하므로 많은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런 불편함 속에서 그 불편함을 그동안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게 가려주던 분들이 그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수고를 하고 있었는지를 보게 되는 시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사진은 6월 21일 하람이네 반 아이들이 들살이를 가서 심었던 감자를 캐는 모습과 7월 1일 비정규직 총파업을 지지한다는 의미로 함께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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