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 11일 수요일

너무 비관적인가?

나는 글을 쓰는 사람과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같지 않다는 걸 알기에 글을 잘 쓰는 사람에 대해 큰 관심이 없는 편이다.

내가 글과 삶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공교롭게도 글을 써서 사람들에게 나름의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던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였다.

1996년 이른 바 PC 통신이라는 곳에서 글을 쓰던(토론하던) 사람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 또는 불구속 수사를 받는 사건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당시 나는 하이텔을 주로 사용하고, 덤으로 천리안과 나우누리를 사용하고 있었다. 즉, 내 주 무대는 하이텔이었다.

그런데 PC 통신에 글을 쓴 사람들이 구속되면서 그들을 돕고자 하나의 모임이 만들어졌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 모임에 관여를 하게 되었다. 그 때 구속되었던 사람들이 천리안을 사용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내 천리안 활동도 늘었고, 그들이 속했던 모임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모임은 1994년 김영삼 대통령 시절 청와대 큰 마당의 자유게시판이 폐쇄되면서 그곳에 글을 쓰던 사람들 중 일부가 천리안으로 옮겨 활동을 하던 모임이었다. 당시, 아니 지금도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인데, 그들이 자기들 나름대로 뭔가를 많이 아는 사람들처럼 행동을 했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느 날 그들이 활동하던 모임 방장(여성)이 실종된 것이다. 단순 가출?, 아니면 ?

당시 나는 어정쩡한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자의 반 타의 반 그녀의 실종 사건 수사과정에 관여를 하게 되었고, 그 모임방에서 나름 글을 쓴다는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사건의 수사과정은 지지부진했고, 결국 나는 그 사건에 대해 더 이상 깊이 관여를 하지 않게 되었다.

수사 과정에서 서초 경찰서 강력계(당시 실종 사건은 강력계에서 담당) 형사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형사들의 어려움을 직간접적으로 접했었다. 그리고 나는 글을 잘 쓴다는 사람들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최근 기독교의 한 인물 때문에 당황스러워하는 이들을 본다. 사실 그쪽에 관심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사람이 있는지도 몰랐다. ㅎㅎㅎ. 알아보니 나름 그 바닥에서 유명한 사람이던데. 역시 나는 아내의 말처럼 관심 있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글과 사람. 사실 그 둘을 하나로 묶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나는 글은 글이고, 사람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신도 그러니까.

이른 바 014XY 시대라 불리던 하이텔, 천리안, 나우누리 사용자로서 인터넷으로 넘어온 이때까지 게시판들을 살펴보고 있는 내 생각은 시간 많은 놈이 글도 잘 쓰고, 논쟁에서 이긴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글 잘 쓰는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사람에 대해서는 신뢰하지 않는다. 책을 쓰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이번에 여러 사람들에게 이야기가 되고 있는 기독교인도 많은 사람들에게 강의도 하고, 책도 쓴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 기사에 대한 댓글을 보다가 어떤 사람은 그가 좌파라며 비난하는 것을 봤다. 그냥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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