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4일 월요일

부자

부자 깡통 언젠가 부자되세요라는 광고 멘트가 한 동안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모두가 부자가 되는 삶. 어떤 이들은 이 방송 멘트가 천박한 자본주의 모습을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고 불편해 했고, 어떤 이들은 재미 삼아 또는 진심을 담아 덕담으로 사용하곤 했다. 부자 되세요. 사실 나는 부자 된다는 것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얼마가 있어야 부자라는 것일까? 그저 먹고 사는 정도면 되지 않을까? 그런데 도대체 어느 정도 먹고 살아야 먹고 산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일까? 이리 저리 생각해보면 생각할수록 미궁에 빠져 버린다. 도대체 뭐지? 없는 삶은 무척이나 고되다. 이른 아침에 폐지를 주워 들고 가시는 어르신을 본다. 그 어르신은 폐지를 주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모르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누구는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한다. 노후를 생각한다는 말은 여러 의미가 있을 것 같다. 나는 어떻게 노후를 준비하고 있지? 사실 종교를 가진 탓에 큰 걱정은 없지만, 누군가 이리저리 따지고 들면 답이 없다고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그런데도 걱정은 없다. 책임감도 없고, 대책도 없는 종교인의 답 없음?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너무 신뢰하는 건 아닌지 하는 걱정을 주변에서 하지만, 걱정을 하는 내 자신이 두려운 것인지? 아니면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인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정말 걱정이 안 된다. 아내가 걱정을 하면, 같이 걱정은 하는데, 마음 한 구석에서는 뭐 죽기야 하겠어? 하는 생각이 먼저 드니 나도 걱정은 걱정이다. 사실 예전에는 돈을 번다는 생각을 거의 못했다. 그래서 아내는 나에게 가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말, 결혼을 왜 했느냐는 말 등을 했다. 할 말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책임하기는 무책임 하다. 그런데 부자 된다는 말. 이상하게 들릴지는 몰라도 나는 이 말에 대해서도 그리 큰 저항감이 없다. 부자면 부자인 것이지 뭐. 나는 나이가 더 들면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돈 천원이라도 아끼려고 멀리 걸어 물건을 사러 나가는 내 자신과 가까운 편의점에서 너무나 쉽게 물건을 사는 아이들. 부모라서 아이들에게 무엇 하나 원하는 만큼 남겨 줄 수 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지만, 아이들은 제 삶을 스스로 찾아갈 수 있으리라 믿기에 큰 걱정은 없다. 가난하다는 거, 때로는 부유하다는 거, 내 삶에 있어서 그리 풍요로웠던 적은 없지만, 그리 가난한 적도 없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가난한 상황이 더 많았지만, 얼마나 더 가난해질 수 있는지 모르기에 큰 걱정도 없다. 가끔은 돈을 벌려고 해봤지만, 그래봐야 먹고 살 비용과 아이들 교육비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적으로 아내가 벌지 않으면 이 마저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아내는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지만, 내게는 그 요구마저 때때로 부담이 된다. 정말 돈을 벌어야 하는 걸까? 백수의 피가 내게 흐르는 것 같다. 아니면 한량? 요즘은 그래도 구로시민회에서 활동을 하면서, 그리고 시간 날 때 용돈이 들어오는 일들을 하는 경우가 생겨서 먹고는 살고 있지만, 나이를 먹은 뒤에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이긴 고민이다. ㅎㅎㅎ ----------------------------------------------- 2020년 글쓰기 시간에 적었던 글들을 하나 씩 게시하고 있다. 나는 9개의 글을 적었다. 지난 12월 2일(수) 9번째 글 부모, 12월 4일 (금) 1번째 글 변화하는 삶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일까?, 12월 6일(일) 2번째 글 재테크, 12월 7일(월) 3번째 글 음식, 12월 9일(수) 술, 12월 11일(금) 웹 소설을 읽는 이유, 12월 12일(토) 코로나 19, 12월 23일(일) 시를 올렸으니 이 글이 마지막 글이다. 11월 11일(수) 글감은 부자 사진 1. 내가 열린사회구로시민회에서 교육팀장이라는 이름으로 첫 활동비를 받은 해인 2012년 추진했던 행사 중 하나. 사무실이 있는 궁동 지역 작은 도서관들과 공방을 탐방하던 모습. 2. 2015년 11월 14일(토) 백남기 어르신이 쓰러지시던 날 또 다른 사람이 물대포를 맞았다. 쓰러진 분을 도우려다 나도 물대포를 맞았다. 김상호님의 페이스북에 오른 동영상에서 찍은 사진. 나는 이 일로 누군가와 갈등이 폭발. 3. 2020년 11월 21일(토) 구로FM과 구로마을TV가 공개방송을 했다. 2020, 뜨거운 안녕. 이 글을 올리려고 내용을 정리하다가 2021년을 고민하던 마음을 정리했다. 재정적으로 조금 더 어렵겠지만, 마음 가는대로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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