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7일 월요일

음식

음식 2020년 글쓰기 시간에 적었던 글들을 하나 씩 게시한다. 전부 9개의 글을 적었는데, 지난 12월 2일(수) 9번째, 12월 4일(금) 1번째, 12월 6일(일) 2번째 글을 올렸으니 이 글 빼고 5개가 남는다. 7월 15일(수) 글감은 음식이었다. 군대 하면 떠오르는 노래는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나 기타 등등 여러 노래가 있지만, 내가 군대에서 생활하던 1990년 나온 노래인 것 같아서 김민우의 입영열차안에서를 옮겼다. 음식 깡통 글감이 음식이라서 뭘 적어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라면에 대한 생각을 적어본다. 남자들에게 군대에서의 기억은 늘 양가감정을 불러온다. 아마도 어릴 적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어제는 구로시민회 운영위원회를 마치고 뒤풀이를 하는 동안 남자 세 명이서 군번을 기억하고 있다는 말을 했다. 나는 91년에 제대를 했다. 그런데도 233으로 시작하는 군번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살짝 당황스럽다. 그나저나 그 당황스러운 군대에서의 기억 중에서 라면과 얽힌 몇 가지 이야기가 있는데, 하나만 적어보려고 한다. 사실 군대에서 처음으로 라면을 먹었던 기억은 없다. 언제 처음 먹었더라? 아마도 선임 중 누군가가 라면을 끓여서 먹으면서 나도 끼워준 것 같지만 사실 너무 오래 전 이야기라서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패스. 상병 때 쯤 사단 체육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다른 부대로 파견을 나간 적이 있었다. 가만 일병 땐가? 어찌되었던 다른 부대로 운동 파견을 나갔다는 건 확실한데, 다른 부분은 기억이 흐릿해서 패스. 일단 자기 부대가 아닌 다른 부대에서의 생활은 편하다. 더군다나 운동 파견이었기 때문에 다른 파견 생활보다 더 편하게 지냈던 것 같다. 어느 날 선임 한 명이 라면을 끓여먹고 싶다고 했다. 결국 선임 중 한 명이 파견 나온 부대의 동기를 통해서, 어찌 어찌 라면과 버너까지는 구했는데, 끓일 냄비를 구하지는 못했다. 우리는 라면은 먹고 싶었기만, 냄비를 구하지 못했기에, 창의적인(?) 방법을 떠 올렸다. 그것은 바로 세면실의 양은으로 된 세숫대야를 가져와서는 라면을 맛있게 끓여 먹었다. 아마 맛있게 먹었을 것 같다. 음 지금 생각해보니 좀 그러네. 뒷이야기는 기억에 없다. 몇 명이서 그 라면을 먹었는지도 기억에 없지만, 그렇게 쭈구리고 앉아서 라면을 끓이면서, 그리고 그 끓인 라면을 먹으면서 좋아라 웃었던 기억은 어렴풋하게 떠오른다. 군대에서 우스갯소리로 첫 휴가를 나갔는데, 부모님께서 어떤 음식을 먹고 싶냐고 물으니, TV에 나오는 라면을 모두 사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군대에서 먹는 라면은 뭔가 특별한 맛이 있었던 것 같다. 음식은 아니지만 술에 대한 기억도 하나, 군대에서 제대를 한 뒤 학교를 복학 한 덕분에 예비군 훈련을 편하게 받았지만 학교를 졸업하고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동원 훈련을 나간 적이 있었다. 다른 내무반은 분대장이 몇 있었지만, 우리 내무반은 분대장이 나 혼자라서 내가 내무반장을 했다. 문제는 훈련소를 담당하는 가장 높은 장교가 낮이고, 밤이고, 예비군들을 현역병처럼 대했다는 것이다. 얼마 남지 않은 군 생활을 그렇게 하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별을 달지 못하고 제대하는 스트레스? 예비군들의 반발이 많았고, 그 중간에 낀 소대장들은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느 날 야외 훈련을 나간 사이, 트럭들이 열을 맞춰 이동하는 하는 데, 트럭에 사람을 태우고 뒤에는 포를 달고 이동 중 앞에 가던 차가 약간 느리게 가고, 뒤에 차가 앞차를 앞질러 이동을 한 뒤, 뒤에 처진 차에 탄 사람이 빠르게 차에서 내려 가계에서 술을 사서는 앞에 가던 차와 교차하면서 다시 원래 자리를 바꿔 부대에 들어왔다. 다들 저녁에 술을 마실 생각에 기뻐하고 있었는데, 현역병이 장교들에게 예비군들이 술을 반입했다는 제보를 했고, 결국 술이 발견되면 즉시 퇴소시키겠다며 술을 찾느라 난리가 났고, 술을 반입한 우리 내무반은 고민에 빠졌다. 더군다나 나는 내무반장이다. ㅎㅎㅎ 마침, PX 병으로 근무를 했던 한 예비군이 주전자에다가 술을 모두 부어가지고서는 화장실에다 버린 후 주전자를 다시 제 자리에 가져다 놨고, 주전자에서 술 냄새가 난다는 사실이발견되었다. 술은 없고, 술 냄새가 나는 주전자는 발견이 되었다고 다시 난리가 났고, 현역병들과 장교들은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야단들이었다. 들리는 소리에 그 주전자는 교보재로 사용되었다는 말도 있었지만, 그 뒷 이야기는 기억에 없다. 단지, 나는 중간에 난감해 하는 소대장을 다독이던 기억이 있다. 술이 음식은 아니지만, 저 너머 어딘가에 있던 기억들을 하나 둘 끄집어내면 더 많은 재미있던 일들이 많겠지만, 굳이 그 이야기들까지 꺼내고 싶지는 않다. 군대는 그런 곳이다. 끄집어내고 싶지 않은 그런 기억들. 참, 우리는 예비군 훈련을 잘(?) 마치고 복귀 했고, 우리를 집으로 돌려보내는 부대장은 이를 갈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주 쯤? 내가 동원 훈련 받았던 지역에서 예비군들이 집단 탈영(?) 했다는 기사를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이것도 기억이 흐릿해서 패스. 그러고 보니, 구로시민회에서는 재정 사업으로 쌀라면을 판매하고 있다. 혹여 생협 쌀라면을 먹고 싶으신 분은 연락을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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